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백병원은 지난 8일 발칵 뒤집혔다.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이 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은 뒤 4인 병실에서 엿새 동안 치료를 받던 78세 환자가 코로나로 확진됐기 때문이다.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외래진료가 중단됐고, 예정됐던 수술도 취소됐다. 병원 환자와 의료진 250명을 대상으로 전원 진단 검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전원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병원 내 감염' 공포는 해프닝 수준으로 일단락됐다. 병원은 23일부터 정상 운영을 재개했다.

경북 봉화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4일 봉화군은 "45세 간호사가 지난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 추가 감염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진 등 종사자 85명과 입소자 161명, 총 246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환자, 간호사 확진에도 추가 감염 '0'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전문가들은 "비결은 마스크 착용"이라고 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78세 여성 환자가 입원 기간 내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이 주변에 병을 옮기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이 환자는 입원 당시부터 기침 등 코로나 증상을 보였다. 주변에 병을 옮길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 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상에 있는 커튼도 항상 치고 있었다. 덕분에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 2명을 포함해 병원 내 감염이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

봉화군 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도 마스크의 힘을 톡톡히 봤다. 이 요양병원은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 유행이 본격화한 이후 간호사 등 종사자와 입소자 모두 식사 시간 말고는 줄곧 마스크를 끼고 생활했다.

◇마스크 착용이 가른 감염

지난 13일 코로나로 확진된 46세 경기 부천 하나요양병원 간호조무사도 11~12일 병원 근무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 병원 전체 의료진과 환자 229명 전수조사 결과도 모두 음성이었다. 이 간호조무사는 지난 8일 구로구 콜센터 직원과 함께 부천 생명수교회에서 1시간 30분 동안 마스크 없이 예배를 보다가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회에서는 현재까지 예배에 참석했던 57명 중 20명이 집단 감염됐다. 이선숙 부천시보건소장은 "마스크 착용 여부가 생명수교회(20명 감염)와 하나요양병원(0명 감염)의 결정적 차이였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싱가포르에 다녀온 뒤 코로나로 확진된 '17번 확진자' 역시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다녀서 KTX로 서울과 대구를 오갔지만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마스크의 중요성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드러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메르스 당시 한 환자가 수많은 의료기관을 다니며 수천명과 접촉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2차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