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숙·한국서부발전 사장

국내 최대 발전기자재 업체인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유휴 인력에 대한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발전산업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기간산업이다. 단지 개별 기업만의 위기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원자력, 화석연료 중심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되는 세계적 흐름을 되돌릴 수도 없다. 기존 산업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석탄가스화발전(IGCC)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폐지 예정인 기존 석탄화력 발전소의 인프라 설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노후 석탄화력 폐지로 우려되는 민원과 지역경제 공동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기존 석탄화력보다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도 크게 줄여 기후변화도 최소화할 수 있다.

IGCC는 석탄으로부터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주성분인 합성가스를 만들어 이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합성가스 연소 전에 공해물질을 제거해 미세 먼지 배출이 거의 없으며, 기존 석탄화력 대비 온실가스 배출도 1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IGCC는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경제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서부발전이 운영 중인 태안IGCC에 해양 미생물을 이용해 연간 330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실증 플랜트를 건설했다. 매년 2200여 대의 수소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학계와 손잡고 합성가스에서 고순도 수소를 분리, 정제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태안의 IGCC는 세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지만 후속 호기 도입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보다 건설비가 3배 정도 들기 때문이다. 원료가 석탄이라는 이유로 석탄화력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설비 대용량화와 표준화로 건설비를 낮추고 국산화를 통한 기술 자립을 이룬다면 기존 석탄화력 대체는 물론이고 국가 수출 전략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동안 서부발전과 두산중공업이 힘들게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사장되기 전에 IGCC 후속 호기 건설과 이산화탄소 활용 방안 연구를 병행, 지구온난화 대책에 역행하지 않는 기술 개발을 이어가야 한다.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석탄 가격 하향 안정화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노천탄광이 풍부한 해외에 IGCC 플랜트를 수출하거나, 석탄가스화 설비를 설치·생산한 수소를 국내에 들여와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자연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산업생태계 역시 한번 붕괴하면 회복이 어렵고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산업생태계 보전은 물론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미래 수출 상품으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