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가학적 성(性) 착취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피의자 조주빈(25)씨는 수도권의 A공업전문대학을 평균 학점 4.0이 넘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교내 독후감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고, 1학년 말 학보사에서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다.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조주빈씨.

A대학에 따르면 인천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조씨는 지난 2014년 3월 이 대학 정보통신과(2년제)에 입학해 2018년 2월 졸업할 때까지 4학기 평점 4.17점(4.5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조씨가 따로 성적 장학금을 받은 적은 없다. 2014년 2학기에는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5년 생인 조씨는 입학 학기인 2014년 1학기에 학보사에 들어가 약 1년간 활동했다. 수습 기자로 시작해 그해 말 편집국장에 올랐다. 이 대학 학보사 편집국장은 선후배 기자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조씨는 학보사에서 글을 쓰며 두 학기 동안 43만원의 학보사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조씨는 2014년 11월 학보에 '학교의 성폭력 예방 노력' 관련 기사를 쓰기도 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조주빈씨가 2014년 대학 학보사에 쓴 기사.

그는 2015년 2학기부터 2017년 1학기까지 군 복무를 위해 휴학했고 2017년 2학기에 복학했다. 마지막 한 학기를 다닌 뒤 이듬해 2월 졸업했다. 대학 관계자는 “현재 학교에 남아있는 기록들만 보면 잔혹한 성범죄와는 거리가 있다”며 “학업과 동아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고 했다.

조씨는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사회복무요원 등 공범들과 인터넷에서 만난 여성의 약점을 잡아 성적 학대를 가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 돈을 낸 회원들에게 영상을 제공하는 등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조씨는 대학 졸업 이후인 201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이런 채팅방을 수십 개 개설하고 폐쇄했다. 지난 23일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74명이며, 이 중 16명은 미성년자로 조사됐다. 텔레그램에서 ‘박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조씨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도 수도권의 한 봉사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