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미 사회부 기자

'코로나 걸리면 치료하면 되지 일단 놀고 보자 ㅋㅋㅋ.'

지난 22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클럽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클럽 내부 실시간 영상에 누군가 이렇게 댓글을 썼다. 영상 속 클럽에선 청춘 남녀 수백명이 다닥다닥 붙어 춤을 추고 있었다. 사람 간 거리 50㎝를 넘는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맨얼굴에 일부만 마스크를 걸쳤는데, 말 그대로 걸치고만 있었다. 턱에. 그러곤 입을 벌려 환호했다. 이 영상 아래에 '코로나도 젊음을 피해 간다' '젊어서 괜찮다' 등 댓글이 주르륵 붙었다. 누군가 "이 시국에 이래도 되느냐"고 따지자 다른 네티즌이 '여기서 분위기 흐리지 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나 불만 글을 남기라'고 했다. 국무총리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운영을 중단해 달라"는 대국민 담화를 낸 바로 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정부는 뭘 했을까.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 수백명이 총리 권고를 무시한 이들을 적발하겠다며 집결한 것은 클럽에서 광란의 파티가 끝난 지 몇 시간 뒤, 날이 밝은 다음이었다. 이들이 쳐들어간 곳은 교회였다. 예배를 준비하던 서울 시내 교회 서너 곳이 기습을 당했다. 대부분 신도 간 간격을 1m 정도는 뒀지만 공무원들은 "간격이 불충분하다"고 했다. 다음 날 서울시는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집회금지명령'을 내렸다.

당국이 그동안 클럽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다. 이달 들어 수도권 일부 구청·시청이 1~2주 휴업을 권고하긴 했다. 이달 초 인터넷에서 새벽 시간대 클럽에서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 뒤에야 나온 권고였고 그마저 솜방망이였다. 권고조차 받지 않은 '아류' 클럽들은 영업을 계속했다. 춤추는 무대가 있는 '감성주점', 테이블에서 춤을 추며 이성과 합석할 수 있는 '헌팅포차' 등이다. 임시 휴업했던 클럽들은 지난주부터 '재오픈' '스페셜 파티'를 내걸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가 종교단체에 대해 보여준 서슬 퍼런 모습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시설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은 "도대체 정부는 지금 뭘 하는 거냐"고 묻는다. 홍보 목적의 유흥업소 실시간 동영상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의 한 클럽 영상을 찍어 올린 동영상에는 '정부는 뭐 하는 거지, 다 같이 죽자는 건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7755명과 사망자 66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20대 감염자가 2239명(29%)이다. 이들이 부모에게 옮긴 경우도 적지 않다. 클럽에서 춤추는 청춘이나 교회에 밀집한 교인이나 코로나 감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치색 강한 지자체장들이 그중 한쪽만 집중 단속하니 어떤 의도가 숨어 있지 않나 의심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