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사망자가 급증하자 국가 정상까지 나서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형태의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자 의료계에서는 현재 시판되는 다른 질병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하려다가 실패한 뒤 다시 임상 과정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만들어진 '비아그라' 같은 약을 찾는 것이다.

◇기존 약품을 코로나 치료제로…

이미 출시된 약이나 어느 정도 개발된 후보물질을 시험해 다른 질병 치료제로 재활용하는 것을 '신약 재창출'이라고 한다. 전(前) 임상과 임상 시험을 거치면서 이미 안전성이 검증돼 의약품의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 2상부터 시작할 수도 있어 개발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에 있는 파스퇴르연구소 실험용품 사이에 코로나 바이러스 가상도가 붙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자 의료계에서는 다른 질병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팬데믹'을 보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항바이러스 치료제 계열 약품이 연구 대상이다. 미국 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존슨앤드존슨의 에이즈 치료제 '프레지스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 바이엘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이다. 이런 약품들이 코로나 환자 임상시험으로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되면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받을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임상이 진행 중인 약은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다. 코로나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바이러스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한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9건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5월 초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존슨앤드존슨의 프레지스타도 지난 1월부터 중국 상하이 보건임상센터에서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도 주목받은 약물 중 하나이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임상 3상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한 약물이다. 지난 1월 미국에서 확진자가 복용한 결과 하루 만에 호전된 사례가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 JM)'에 보고된 바 있다. 미국·중국·한국 등에서 6건의 임상이 진행 중이다.

◇기존 약품을 치료제로 활용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에게 실제 시판 중인 약을 처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아비간'을 최근 환자들에게 투약하기 시작했다. 아비간은 후지필름의 자회사인 후지필름도야마(富山)화학이 개발한 약으로, 2014년 일본에서 허가가 났다.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중증의 코로나 환자에 대해 에이즈(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로클로로퀸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약품들은 보건 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질병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지, 실제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인체에 투약하더라도 최소한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오정미 서울대 약대 교수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치료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효과가 담보되지 않더라도 일단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치료제를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상 결과 속속 나오는데

일부 의약품에 대한 임상 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연구진은 199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데이터로 그 약의 가치를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나이와 기저질환 같은 환자의 특징에 따라 특정 약품이 효과가 있고 없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