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따른 제조업 '셧다운'이 인도로 확산했다.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한국 기업은 물론 중국 등 글로벌 스마트폰·자동차·가전 공장이 대부분 멈춰 섰다. '세계의 공장' 중국, 소비 시장 유럽·미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으로 꼽히는 인도로 코로나 사태가 번진 것이다. 인도는 23일 오후 현재 코로나 확진자가 415명, 사망자 7명으로 상대적으로 코로나 타격이 적은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선제 조치에 나서 사업장 문을 닫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일 75개 지역에 대해 관공서·병원·식료품 상점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사업장을 오는 31일까지 운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코로나 '세계 제2의 공장' 인도 위협 - 지난 17일 인도 첸나이의 한 힌두교 사원에서 마스크를 쓴 신도가 예배를 하고 있다. 인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이 현지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 최대 스마트폰 공장 '셧다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삼성전자의 현지 스마트폰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23일부터 인도 노이다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을 25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매체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이다 생산법인은 단일 공장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공장이다.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A'와 인도 내수 시장 전용 모델인 '갤럭시M' 시리즈가 주로 생산된다. 또 지난 2월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20'의 일부 물량도 소화하고 있다. 공장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신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7억달러(약 8900억원)를 투자해 생산량을 두 배로 확대했다. 연간 생산량은 1억대로 삼성전자 한 해 생산량(약 3억대)의 30%를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또 이날 첸나이에 있는 가전제품 공장도 31일까지 멈추기로 했다.

LG전자도 인도 노이다와 푸네에 있는 가전제품 공장을 31일까지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노이다 공장에서 TV·냉장고·에어컨 등 생활 가전을, 푸네 공장에서 가전과 현지 내수용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비보, 스웨덴의 에릭슨 등도 노이다 생산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이 지체되면서, 올해 글로벌 생산량은 작년보다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지난 2월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38% 감소해 사상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자동차·철강도 생산 차질

현대차도 이날 "인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달 31일까지 첸나이 1·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장 재개 시점도 주 정부의 권고 사항에 따를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앨라배마와 유럽 체코 공장을,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와 유럽 슬로바키아 공장을 가동 중단했다.

현대차의 첸나이 공장은 전략 SUV인 크레타와 싼타페, 이온, i20, 엘란트라, 엑센트 등을 연간 70만여 대 생산하는 곳이다. 현지 직원만 대략 7000명에 달한다. 올해 생산량을 75만대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경쟁이 치열해지자, 인도를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고 생산과 판매를 늘려 왔다. 기아차의 안드라프라데시 공장은 이번 조치엔 포함되진 않았지만, 임직원 안전 등을 고려해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의 현지 공장은 지난 8월부터 소형 SUV인 셀토스를 생산하고 있다.

인도 자동차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도 모든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폐쇄했고, 마힌드라·타타·혼다 등 완성차 브랜드의 현지 공장도 멈춰 섰다.

철강 업계도 비상이다. 포스코는 인도 델리와 푸네에 있는 가공센터의 가동을 3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의 인도 코일 공장과 강관 제조 공장도 마찬가지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북미·유럽에 이어 인도 공장에서도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