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처음으로 도쿄 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내 전자업체들이 씁쓸해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올림픽까지 흔들리면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업들은 도쿄 올림픽이 실제 연기되면 올해 마케팅 계획과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할 판이다.

삼성전자는 도쿄 올림픽 공식 스포서 중 하나다. IOC에 따르면 이번 도쿄 올림픽 공식 스폰서십 체결 기업은 총 80개다. 이 중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도쿄 올림픽 공식 스폰서십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코카콜라, 도요타, 인텔, 알리바바, 파나소닉, 비자카드, GE, 에어비앤비, 오메가 등 14개 기업과 함께 올림픽 최상위 스폰서십인 월드와이드 파트너다. 그만큼 올림픽 개최로 누릴 수 있는 홍보 효과가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IOC와 2028년까지 올림픽 공식 후원 계약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플러스 올림픽 에디션'

당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도쿄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컸다.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를 통해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을 확장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5G(5세대 이동통신)를 필두로 갤럭시 S20과 갤럭시 Z플립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일본 NTT 도코모가 오는 25일부터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고, 27일엔 소프트뱅크도 5G 서비스를 개시하는데 발맞춰 5G 폰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일본 멀티미디어리서치연구소(MMRI)에 따르면 작년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시장 점유율 47.4%를 차지해 1위였다. 샤프가 13%. 삼성전자는 9.1%였다. 애플은 올 하반기나 돼서야 5G 폰을 내놓을 예정이라 삼성전자는 일본의 5G 시대 개막과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시장 공략을 준비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올림픽이 실제로 연기되면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물거품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아키바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현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일본 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도쿄 올림픽이 TV 수요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기간엔 TV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올해 초 도쿄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로 인해 올해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작년보다 5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TV 업체들은 또 이번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8K(초고화질) TV 시장이 본격 열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NHK가 8K로 전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부족했던 8K 콘텐츠가 늘어나고 8K T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올림픽 특수’는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TV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을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했지만 일정 차질로 이런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며 “기대만큼 올림픽 특수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