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정부가 KF80 마스크에 대해 “코로나 예방효과가 있다”고 권장하고 있지만, 불과 2년전 해당 마스크에 전염병 차단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까지 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6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우한 코로나 관련 브리핑에서 “KF94 이상 등급의 마스크는 의료진에게 권장되는 마스크로, 일반 국민이 굳이 착용할 필요가 없다”며 “일상에서는 KF80이나 방한용 마스크로 충분히 감염 예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부터는 민간 기업의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KF94 생산라인 일부를 KF80 생산라인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식약처 블로그에 소개된 KF80 마스크의 기능. '전염성 질병 차단' 기능에 가위표가 쳐져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정부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4월6일자 ‘마스크 살 때 특히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미세먼지 차단 효과만 인정받은 보건용 마스크(KF80)를 감염원 차단효과(KF94, KF99)도 있는 것으로 사실보다 부풀려 광고한 사례 등을 적발했다”고 적었다.

당시 정부 블로그에 올린 대국민 홍보용 그림 자료에서는 KF80 마스크의 ‘전염성 질병 차단’ 기능에 대해 가위표(×)로 표시하기도 했다. KF94나 KF99에 비해 거를 수 있는 입자 크기가 크고, 차단율도 낮다는 근거 설명과 함께였다.

본지 확인 결과, 정부는 2018년 4월부터 최근 사이에 KF80 마스크 품질 기준을 바꾼 적이 없었다.

결국 마스크 수출 통제가 늦어져 수억장이 중국 등으로 빠져나간 상태에서 국내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까지 국민을 상대로 홍보하던 내용을 아무런 설명 없이 바꾸는 것은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일 뿐 아니라, 일종의 국민 기만”이라며 “아무런 사과조차 내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일 본지에 “KF80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차단에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다”며 “일반적인 전염성 질병 차단 기준에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의학 전문가들도 KF80 마스크의 비말(침방울) 감염 방어 효과는 인정한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KF80과 덴털 모두 비말을 80~90%까지 막아준다”고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비말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미립자 상태로 공기에 떠다니며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