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예정된 가운데 교육부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대입 일정 조정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수시 원서 접수가 1주일 이상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9월 7일부터 시작되는 수시 원서 접수를 9월 14일 이후로 연기한다는 것이다. 19일 본지가 확인한 교육부의 대입 일정 변경 9개 시나리오의 내용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코로나 확산 추세에 따라 개학일을 4월 6일보다 앞당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더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달 중 올해 대입 일정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단 개학은 하되 집에서 원격 수업을 받는 '온라인 개학'도 검토중이다.

◇수시 전형 최소 일주일 연기

교육부의 대입 일정 변경 시나리오는 다음 달 6일 개학을 기준으로 삼고, 그보다 앞당겨 3월 30일 개학하는 경우와 예정보다 더 미뤄져 4월 13일이나 20일로 연기되는 경우를 가정해 만든 것이다.

우선, 예정대로 다음 달 6일 개학할 경우 5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교육부는 수시 일정을 1~2주 연기하는 내용을 우선 검토 중이다. 수시를 1~2주 연기하되 정시 일정을 그대로 두거나, 수시를 1~2주 연기하고 정시도 연기하는 방안 등이다. 수시와 정시 일정 모두 그대로 진행하는 방안도 있는데 교육부 내부에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개학이 5주 밀리면서 여름방학이 줄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수시 일정이 촉박해져 학생부 마감일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4월 6일 개학하면 수시 일정을 최소 한 주씩 미루는 방안이 지금으로선 유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수시 1주 이상 연기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수시 전형을 위한 학생부 작성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로 뽑는 정시 모집과, 내신 및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의 수시 모집으로 구분되는데 수시에 필요한 학생부 마감일이 8월 31일이다. 교사들은 주로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후 여름방학 기간 중 학생부 작성을 하는데, 올해는 개학이 5주나 연기돼 여름방학도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학생부의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을 모든 학생에게 써주도록 의무화돼, 학생부 마감일(8월 31일)을 맞출 물리적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학생부 마감일, 원서 접수 기간(9월 7~11일) 등 수시 전체 일정을 최소 1주 연기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교육부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 개학일을 예정보다 당긴 이달 30일로 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두 가지를 검토 중이다. 일정을 바꾸지 않거나, 정시는 그대로 두고 수시 일정만 1주일 연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도 이미 개학이 4주일이나 늦춰진 상황이기 때문에 수시 일정만 1주일 늦출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만약 코로나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져 개학일을 다시 다음 달 13일이나 20일로 미루는 경우에도 두 시나리오가 있다. 둘 다 정시를 1주일 연기하는 방안이고, 수시는 1주일이나 2주일 연기하게 된다.

◇개학 더 미뤄지면 '12월 수능'도 검토

대입 정시 일정이 연기되면 수능 연기도 불가피하다. 오는 11월 19일로 예정된 올해 수능은 이미 작년 수능일(11월 14일)보다 5일이 늦다. 만약 수능을 2주일 늦추면 '12월 (3일) 수능'을 치르는데 이 경우 눈·추위 등 기상 상황에 따른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험지 배부부터 수험생 수송, 대규모 지각 사태까지 시험 운영상 여러 문제가 우려된다. 그래서 교육부는 12월 수능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교육부에 따르면, 다음 달 6일 개학인 경우 5가지 시나리오 중 정시 연기 방안은 두 가지다. 그러나 개학이 다음 달 13일이나 20일이 될 때 시나리오에선 모두 수능 연기가 불가피하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수능 연기 요구가 나온 상황이다. 지난 17일 한국교총은 "수능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같은 날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수능을 연기해 12월에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