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50조원 금융 지원 대책을 내놨는데도 코스피 지수가 8%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 충격이 계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40원이나 오르며 11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코스피 지수는 불과 9거래일 만에 2000선에서 1400선으로 곤두박질쳤다.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러스 전파 기세가 꺾이려면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제 충격이 회복되려면 다시 상당 기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버티고 견뎌야 하는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적어도 몇 개월 앞을 내다보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붕괴되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당장 급하다고 효과가 적은 곳에 돈과 정책 수단을 마구 쏟아붓다간 '실탄'이 조기 고갈돼 손발이 묶일 수 있다. 장기전에 대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가며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생존 기로에 놓인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중소·영세기업에 정부가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연쇄 도산을 막는 대책에는 아낌없이 돈을 써야 한다. 아울러 생계가 막막한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 생활비 지원도 중앙정부 차원의 큰 그림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일부 지자체가 중구난방으로 긴급 생활비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형평성 문제가 있고 중앙정부 차원의 생활비 지원과 중복돼 세금이 낭비될 수도 있다.

일부 정치인 의견대로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현금을 뿌리자는 식의 이른바 재난기본소득은 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 막대한 빚을 또 질 만큼 국가 재정 여유가 없다. 일본처럼 돈이 소비에 쓰이지 않고 잠길 우려가 있다. 생계비 개념의 현금 지원은 꼭 필요한 취약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그런 선별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정책 기조를 반(反)기업·친노조에서 친기업·친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폭락세는 그동안 이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시장에 형성된 정부에 대한 불신·불안감이 가시게 해야만 위기 대응책이 제대로 먹혀든다. 소득 주도 성장, 경직된 주 52시간, 각종 규제 등을 대폭 혁신하고 노동 개혁을 통해 경제의 복원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희망을 갖고 생존 장기전에 나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