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영이 마스크를 2장씩 나눠담아준다고요? 처음듣는 소리네요. 그럼 제가 왜 이걸 하고 있죠?"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약사가 손에 위생장갑을 낀채 판매대 한쪽에 수북이 쌓인 마스크를 포장을 뜯어 비닐봉투에 2장씩 나눠담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 주장이 자신이 겪는 현실과 다르다는 뜻이다.

19일 오전 서울 시내에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목요일은 출생연도 끝자리 4,9인 사람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등 신분증을 제시하면 전국 약국과 읍·면 우체국에서 1인당 2장의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이른바 ‘공적(公的) 마스크’의 약국 공급자로 도매업체 ‘지오영’을 선정한 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내놓은 해명이 잇달아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 낙점을 받은 지오영은 다른 10여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공적마스크 유통을 시작했고, 28일에는 또 다른 유통업체 ‘백제약국’도 약국 납품 권한을 얻었다. 하루 약 560만장 마스크를 지오영 컨소시엄이 400만장, 백제약국이 160만장 유통한다.

지난 8일 ‘지오영이 김정숙 영부인 인맥을 통해 공적 마스크 공급 과정에서 특혜를 누린다’는 내용의 루머가 카카오톡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9일 새벽 긴급보도자료를 통해 "(지오영 등 유통업체가) 밤샘작업을 거쳐 약국에서 마스크를 1인 2매로 판매할 수 있도록 재분류·포장함에 따라 물류비·인건비 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요약하면 ‘마스크를 2장씩 포장하는 데 인건비가 들기 때문에 지오영이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일선 약국 얘기는 달랐다. 마스크 재분류와 포장을 지금까지 유통업체가 해준 적이 없었으며, 오롯이 약국이 떠맡고 있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2장 단위 소분(少分·나눠담기)에 일손이 딸려 3시간짜리 알바까지 고용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19일 "최근들어 지오영 등의 물류센터와 약국에 소포장 도구를 구매해 제공하고, 군 장병을 동원해 물류센터에서 마스크를 소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소포장 도구를 제공받은 건 ‘약사’들 뿐이었다. 지오영은 빼고 약사들에게만 소분 책임을 지운 것이다.

10일 식약처는 대한약사회를 통해 일선 약국에만 "13일부터 일일 마스크 소분용 비닐봉지 100장, 비닐장갑 300장을 배포한다. 함께 제공되는 마스크 5부제 안내 스티커도 부착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지오영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32곳 물류센터 모두 "관련 지침을 들은 적도 없고 현재 위생과 인건비 문제로 소분 작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