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은 처음 도전해본 건데 생각만 해도 기분 좋고, TV 나오는 제 모습 보면 행복해서 계속 웃음이 나와요. '미스터트롯' 시즌 2요? 당연히 출연하고 싶죠."

말할 때마다 생글생글 입꼬리가 싹 올라가는 만 열세 살 소년은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통해 명실상부 '국민 손자'로 등극한 정동원〈사진〉이다. "헤헤~"거리며 느닷없이 춤을 추거나 사방팔방 뛰어다닐 땐 마냥 아이 같더니, 결승곡 음원 녹음 뒤 "한번 잘 불러놓으면 평생 남는 거라 몇 시간이든 집중해서 최고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할 땐 다 큰 어른 같다.

지난 14일 최종 순위 발표에서 5위를 차지한 정동원은 "프로그램 끝나고 너무 바빠져서 잠도 잘 못 잔다"면서도 "좋아하는 음악 하면서 전화할 삼촌, 형들이 많이 생겨 뿌듯하다"고 했다. 정동원이 생각하는 최고 무대는 '희망가'. 마지막을 장식한 부담이 작지 않았지만 팀 형들이 자신을 끝까지 믿어줘 잘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정동원에게 음악은 마음의 문을 여는 통로였다.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세상과 담쌓았던 아이. 2년 전 작은할아버지 댁에서 만난 색소폰이 '정동원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부모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를 따라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사람들 앞에 서게 되면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도 점차 사라져갔다.

"음악을 하기 전엔 아예 꿈이란 게 없었거든요. 이젠 트로트 가수가 꿈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축구 잘하는 애들 앞에서 기죽었는데, 경연장 삼촌들 앞에선 단 한 번 주눅든 적 없어요. 물론 남승민 형이랑 데스매치 앞두고 주변 사람들이 '여기가 끝인가 보다. 짐 싸자'라고 했을 때만 빼고요, 헤헷."

경연 초반 낯선 삼촌들 앞에서 쭈뼛거렸던 정동원은 어느새 삼촌들 목소리도 흉내 내면서 경연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마스코트가 됐다. 그랬던 동원이라 할아버지의 죽음은 출연진에게도 큰 슬픔이었다. 의연하게 삼촌·형을 달랜 건 오히려 동원이었다. "보고 싶죠. 101인 예선 때 '톱 10'에만 들어도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거 못 보고 돌아가셔서 많이 아쉬워요. 할아버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정동원은 없었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감사하다고, 모든 게 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미스터트롯을 통해 만난 삼촌과 형들이 고마운 건 노래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언제나 칭찬하고 응원해준 것이다. "결승전에서 '여백'을 불렀을 때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해서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 망설였어요. 삼촌들, 형아들 보기가 민망해서. 근데 모두들 격려해주는 거예요. 최고 점수 많이 나왔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정말 잘 불렀다고."

잔뜩 긴장했다가도 무대에서 음악이 나오는 순간이면 전혀 떨리지 않는다는 정동원은 배호의 '누가 울어'를 부를 땐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자꾸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뒤에 계실 것만 같아서 부르다가 실수할 뻔했어요. 제가 슬퍼하면 할아버지가 더 슬퍼하실 것 같아서 참아요. 그냥 참아요."

끝은 시작을 여는 문턱. 정동원은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고 했다. 아역 배우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악기를 더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뮤지션도 되고 싶다. 중저음이 단단한 삼촌들처럼 굵은 목소리를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절 예뻐하고 걱정해주시는 분들 실망하지 않도록, 음악 공부 열심히 해서 멋진 가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