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 등 10여국에 당분간 여행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중 외교부와 문화관광부는 18일 동시에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고 일부 국가와 지역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여전히 중국에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중국 주변 주요국 중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빼고는 거의 없다. 그러다 마침내 중국이 한국으로의 여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인 입국 차단'이 이뤄졌다. 희극인가 비극인가.

올해 초 중국에서 코로나 피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부터 많은 전문가와 국민은 '초기 감염원 차단을 위한 중국 경유 외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7차례나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권고를 했고,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질병관리본부도 입국 차단이 방역에 유리하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에는 76만명이 동참했다. 감염 원천을 차단하자는 기본 상식에 따른 요구이자 감염병 방역의 첫 단계이지만 청와대는 매번 외면했다.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는다'는 비판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시진핑에게 전화해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여당은 "중국 혐오를 멈추라"고 했고, 감염병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며 우리 국민에게 책임을 돌렸다. 출입국 관리를 맡은 법무장관은 "중국이 (입국 제한을 하지 않은) 우리에게 각별히 감사해 한다"고 자랑했다. 정권을 편드는 사람들은 감염 지역으로부터 오는 외국인 입국 차단이 방역에 소용이 없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들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선진국이 바보짓을 하는 것이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처럼 초기 차단으로 방역에 성공한 나라들은 이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 방한에 집착하다 보니 이런 궤변으로 국민을 속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렇게 중국 눈치를 본 결과가 어땠나. 우리가 중국에 거꾸로 "외교보다 더 중요한 건 방역"이라는 훈계를 듣더니, 이젠 중국이 먼저 "위험하니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는 상황까지 왔다. 아마도 이 정부 사람들은 "시진핑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중국인 입국 차단을 이뤄냈다"고 자랑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