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 한선교〈사진〉 대표는 17일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관련해 "비례 명단과 순번을 일부 바꾸겠다"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이 전날 발표한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대해 통합당과 황교안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자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도 이날 공천관리위원회에 일부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후보 명단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내부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미래통합당은 법적으로 우리와 별개의 정당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나오는 비판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일반 여론의 반응을 감안해 어느 정도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순번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그런 문제 때문에 오늘 공병호 위원장과 수차례 통화해서 설득했다"며 "공천에 대해선 공천위가 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최고위 논의를 통해 일부 후보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통합당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 논란을 보면서 우리 당 공천은 무난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결심을 했었다"며 "공천위가 제시한 비례 명단을 보고 원칙대로 한 것이라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당초 젊음과 전문성을 이번 공천의 콘셉트라고 밝혔는데 젊음이란 경력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21번으로 배치된 점은 아쉬웠고 공 위원장도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다른 공천위원들이 상위 순번을 반대했다"고 했다. 또 "탈북자 지성호씨는 통합당에서 강남갑에 출마하는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와 겹치기 때문에 예비 명단에 넣었던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광화문광장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미래통합당이 자체 비례대표를 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를 열어 공천위에 일부 후보 재의를 18일 요구하기로 했다. 정운천 최고위원은 "공천위의 비례대표 명단을 점검하고 있는데 일부 문제점 있는 분들이 나오니까 조정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재의 요청 대상은 5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 위원장은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부정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나를 자르고 공천위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 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공천위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운영됐으며 지명도보다 전투력과 논리력 위주로 인선했다"고 했다. 통합당의 반발에 대해서도 "대학 입시가 끝났는데 시험 성적을 조정해 자신들이 밀었던 사람을 뽑아 달라는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근거도 없이 결과가 바뀌면 선거는 망할 것"이라고 했다.

공 위원장은 재의 요구에 대해 "재의 요청 대상 인물에 대해 심각한 법적, 도덕적 하자가 있다는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면 공천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면서도 "제가 보기에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통합당은 비례 공천에 이틀째 반발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지는 못했다. 두 당은 정당법상 별개의 정당으로, 다른 당 공천에 개입하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다른 당 얘기는 안 하겠다" "잘 해결할 것이며 한 대표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통합당이 자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며 "가급적이면 계획하고 구상한 대로 정상적인 자매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조율해 보겠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양당 충돌이 길어지면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황 대표는 "공천 잡음 문제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모든 분이 대승적 차원에서 단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