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영국 등 유럽 4국에서 15일(현지 시각) 우한 코로나 사망자 증가 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 전역의 감염자는 6만7000여 명, 사망자는 2320명에 달했다.

국경 통제 강화에 차량들 장사진 - 폴란드 코르초바의 국경지대 앞에서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오는 차량들이 장사진을 치고 검역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13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해외에서 귀국하는 자국민에 대해서는 14일간의 격리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이날 사망자가 368명 추가돼 모두 180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가 148명이었던 지난 5일 이후 열흘 사이 사망자 숫자가 1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탈리아 감염자는 1454명이 늘어 모두 2만4747명이 됐다. 하루 사이 사망자가 스페인 96명(누적 292명), 프랑스 36명(누적 127명), 영국 14명(누적 35명)씩 증가했다. 15일까지 감염자는 스페인 7845명, 독일 5813명, 프랑스 5423명, 스위스 2200명, 영국 1391명 등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정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선진국이 많은 유럽에서 유독 바이러스가 빨리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 정부가 휴교령, 영업 중지령, 입국 봉쇄령으로 전례 없이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 조치를 무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럽인 중에선 "지나친 공포심을 지양하고 평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프랑스 정부가 전국 식당·카페에 영업 중지령을 내린 첫날인 15일 파리의 공원, 운하 주변에는 인파가 쏟아져 나와 삼삼오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남녀가 껴안고 애정 표현을 하는 장면도 여전했다. 에펠탑 건너편 센강변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던 노에(Noé)라는 20대 남성은 "다른 감기와 크게 다를 것 없지 않으냐"고 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14일 저녁 "오늘 자정부터 영업 중지령을 실행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젊은이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친구들을 불러내 술집·디스코텍에서 밤을 보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밤늦게까지 한데 모여 춤추고 술을 마시는 문화가 두드러진다. 이탈리아 정부가 맨 처음 취한 조치가 바이러스가 많이 퍼진 북부 지역에 대한 저녁 6시 이후 식당·술집 영업 중지 명령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프랑스가 특유의 카페 문화에 제동을 걸었듯 펍(pub·대중 술집) 문화의 원조 격인 아일랜드도 모든 펍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만 하더라도 많은 프랑스인이 카페테라스에 모여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먹고 마셨다"며 "정부는 '있어서는 안 되는 바보 같은 짓이며 실수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영업 중지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귀담아듣지 않는 분위기다. 일간 르몽드는 15일 루브르 박물관 앞 잔디밭에 사람들이 몰려나와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서로 거리를 두라는 정부 권고가 대체로 무시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흔한 얼굴 비비는 인사(비주)도 바이러스를 옮기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것도 위험하다고 경고하지만 유럽인들은 여전히 남과 볼을 비비는 인사를 하고 있다. 프랑스 방송채널 BFM이 지난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는 사람이면 비주를 한다는 응답이 66%였고, 모르는 사람과도 비주를 한다는 응답이 21%였다. 유럽에서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은 "요즘도 현지에서 만난 정부·의회 고위직들은 얼굴을 비벼 인사한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를 빼고는 마스크를 쓴 사람도 드물다. 병에 걸린 사람 또는 범죄자만 마스크를 쓴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BFM의 11일 여론조사에서 마스크를 쓴다는 프랑스인은 9%에 그쳤다.

텅빈 로마거리 지나… 교황, 흑사병때 십자가상 보관한 성당으로 -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15일(현지 시각)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텅 빈 이탈리아 로마의 번화가 코로소 거리를 걷고 있다. 이날 교황은 산타 마르첼로 알 코로소 성당을 방문해 우한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이 성당은 1522년 로마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 신자들이 기도를 올린 십자가상이 보관된 곳이다. 이날까지 이탈리아 누적 확진자는 2만4747명이 됐고, 이 중 1809명이 사망했다. 교황은 지난달 26일 이후 감기 증세로 바티칸에 머물러 있다가 이날부터 다시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EU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에 의해 제약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것도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빠른 이유로 지목된다. 이달 들어 국경 통제가 하나둘 이뤄지고 있지만 전면적인 수준은 아니다. 평소 200만 유럽인이 매일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경제·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환자가 아닌 이상 여전히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