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촛불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을 좌시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비리 혐의로 기소돼 물러나는 고위 공직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검찰을 비난하며 '출사표'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과거 청와대 참모진은 범죄 연루 의혹만 나와도 바로 물러났다. 하지만 최 비서관은 청와대 방패막이 뒤에 숨어 50여일을 버텼다. 그러다 갑자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면서 사표를 냈다.

최 비서관의 혐의는 조씨 아들 입시를 위해 허위 인턴 확인서 조작을 도운 것이다. 확인서를 건네며 "아들 합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1년 뒤 조씨가 수석이던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비서관이 됐다. 조국 아들 인턴 확인서를 떼준 공로로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 비서관은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을 '날치기 기소'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는 음모' '특정 세력의 준동'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차례 출석 요구도 거부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는 인사 검증을 직접 하기도 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총장 세력의 사적 농단을 수사할 것"이라며 대놓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렇게 버티던 최 비서관의 갑작스러운 퇴진 이유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일 것이다. 선거에 부담을 줄까 봐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여당이 만드는 비례정당 출마설도 나온다. 울산 선거 공작에 행동대장으로 나섰던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 여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 나섰으니 최 비서관이 비례대표 후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