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이 제로금리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지만, 미국 증시는 또다시 폭락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주요국들이 잇따라 2008년 금융위기 때 꺼내 들었던 전례 없는 돈 풀기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약발은커녕 투자자들에게 경고음만 울린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각국 특단의 조치에도 전 세계 증시가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16일(현지 시각)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997.10포인트(12.93%) 하락한 2만188.52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32% 떨어진 6904.59에 마감했다.

폭락세는 개장과 동시에 예고됐다. 오전 9시 30분 개장 직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 급등락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다. 뉴욕 증시가 장 초반부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3월 들어서만 9일, 12일에 이어 세번째다. S&P 500지수는 결국 11.98% 내린 2386.13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증시도 대부분 5% 이상 급락했다. 영국의 FTSE100 지수는 전일보다 4.01%, 독일 DAX30지수는 5.31%, 프랑스 CAC40지수는 5.75% 각각 급락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파격적 카드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15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무려 1%포인트나 전격 인하했다. 또 7000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도 발표했다.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의 피터 부크바 투자책임자는 CNBC방송에 "연준이 유동성 바주카포를 쐈다"면서 "결국은 시간과 의약품만이 이 상황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표면적인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우한 코로나로 실물경제가 침체하면서) 기업들의 매출·영업이익 감소, 이로 인한 연쇄적인 기업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부채 상환 능력 약화 등에 대한 우려"라며 "투자자들은 금리인하, 유동성 공급이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도 하루 사이 강도 높은 처방전을 내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준과 ECB, 영란은행, 일본은행, 캐나다중앙은행, 스위스 중앙은행이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1.00%에서 0.25%로 0.75%포인트 긴급 인하했고, 홍콩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금융관리국도 기준금리를 0.86%로 즉각 낮춘다고 밝혔다. 기존 기준금리는 1.50%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5500억위안(약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정책을 내놨다. 일본은행은 금융시장에 자금 공급을 늘리겠다며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연간 12조엔으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전격 인하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이후 12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까지 미국, 유럽 주요국 성장률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기 회복 속도도 2분기까지 더딜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는 우한 코로나가 팬데믹 양상으로 전개된 3월 들어서만 국내 경제 성장률을 1.6%에서 1.1%로, 1.9%에서 1.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