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각) 파리 6구의 생제르맹 거리. 오랜 세월 프랑스 지성인들이 모여 토론을 즐긴 명소인 이 지역의 양대 카페 '카페 플로르(Café de Flore)'와 '카페 레 되 마고(Café les deux Magots)'는 문이 잠겨 있었다. 평소 일요일에도 시민들이 노천 테이블을 꽉 채워 둘러앉았던 곳이다. 두 곳 외에도 마치 폐업한 것처럼 노천의 의자·테이블을 내부에 산처럼 쌓아 올려놓고 문을 걸어잠근 카페·식당이 파리 시내에 속출했다.

무기한 폐쇄 - 14일(현지 시각) 한 남성이 세계적 관광 명소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를 바라보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 우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루브르 박물관을 무기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또 전국의 모든 식당·카페·극장 등의 영업을 한 달간 중단시켰다.

프랑스 정부는 14일 자정부터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모든 식당·카페·극장 등에 대해 한 달간 영업을 전면 중단시킨다고 발표했다. 식료품 가게·약국·주유소·은행 등 일부 필수 불가결한 업종을 빼고 모든 상점 문을 닫으라고 했다. 프랑스 내 감염자가 4000명이 넘고 그중 91명이 사망하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최근 72시간 동안 감염자가 2배 늘었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3단계로 된 전염병 경계 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올렸다. 파리 중심 상권인 샹젤리제 거리는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았고, 행인·차량의 통행도 뜸했다.

프랑스 언론은 전국 상점 폐쇄령은 현대사에서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대다수 프랑스인은 "경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조치"라고 했다. 알프스산맥 지대에 있는 샤방이라는 식당의 주인은 TV에 나와 "1852년에 문을 연 우리 가게는 전쟁(1·2차 세계대전) 중에도 문을 닫은 적 없다"고 했다. 루브르박물관과 에펠탑도 무기한 폐쇄에 들어갔다.

유럽 다른 나라들도 전례 없는 극약 처방을 내놓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4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덴마크는 14일부터 한 달간 국경을 폐쇄하기로 했다. 유럽이 전면 폐쇄(shutdown)로 가는 양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유럽이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epicentre)가 됐다"며 "중국에서 전염병이 한창일 때 보고됐던 것보다 유럽이 매일 더 많은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우려와 불안은 유럽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5일 치른 프랑스 지방선거에선 투표소에 나온 유권자들이 1m 간격을 유지하며 줄을 섰다. TV에는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채 투표소에 나온 프랑스인들이 잡혔다. 14일에는 파리 근교의 한 교도소 재소자가 확진자로 판명돼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교도소는 재소자 밀집도가 높고 시설이 열악하기로 소문나 있어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앞으로 2주간 먹을거리와 약을 사러 나가거나 출근하는 게 아니라면 모든 국민이 집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처럼 전국적인 봉쇄령을 내린 것이다. 산체스 총리는 "필요하면 군대도 동원하겠다"고 했다.

스페인에선 이날까지 6391명이 감염되고 196명이 숨졌다. 8일만 해도 감염자 674명에 사망자 8명이었지만 엿새 만에 피해 규모가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날 산체스 총리의 부인인 마리아 페르난데스 여사가 확진자로 판정됐다.

영국은 오는 5월 7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독일은 16주(州) 가운데 12주에서 휴교령을 내렸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은 당대표를 뽑는 4월 전당대회를 연기했다. 벨기에는 프랑스처럼 모든 학교에 휴교령, 모든 식당·카페에 영업 금지령을 내렸다.

국경 폐쇄도 잇따르고 있다. 덴마크 외에 폴란드도 15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전면 중단하고 자국민도 입국하면 전원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독일은 16일부터 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와 접하는 국경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독일 일간 빌트가 보도했다. 러시아도 폴란드·노르웨이와의 국경을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