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종인〈사진〉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5일 "선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당초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했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공동선대위원장을 하시는 건 어떻겠느냐'고 연락해 왔다"며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15일 황 대표가 다시 '당내 이견(異見)들 때문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어주셨으면 한다'고 했지만 '그러면 제대로 선거를 지휘할 수 없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황 대표와 당이 그렇게 판단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일사불란한 리더십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이끌 수는 없다"고 했다.

황 대표는 당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김 전 대표 상임선대위원장 영입을 추진해 왔다. 그는 최근 최고위원회에서 김 전 대표 영입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김 전 대표 말고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의 강남갑 공천에 대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 전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이 커졌다.

태 전 공사는 이날도 페이스북에서 "김 전 대표는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국민께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우리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정치 원로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최명길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태영호 국가 망신' 기사는 해당 기자가 김 전 대표의 전언 형식 사담(私談)을 인터뷰로 쓴 것"이라며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에선 김 전 대표가 2016년 민주당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문재인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문 정권 수립의 일등공신인 김 전 대표를 영입한다면 정권 심판이라는 이번 총선의 목적과 정면으로 부딪친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김 전 대표는 장점이 많지만 (미래통합당이) 지금 시점에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것은 참 없어 보이는 못난 짓"이라고 썼다. 영남권의 한 현역 의원도 "반문(反文) 연대로 어렵게 통합했는데, 문재인 정권 창출에 기여한 김 전 대표에게 안방까지 내주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 전 대표는 실용적 경제 전문가로서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는 카드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당과 지지층이 전반적으로 유연한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 직후 열린 지난 13일 심야 최고위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김 전 대표의 영입을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은 "태 전 공사 영입을 '국가 망신'으로 표현한 것은 심각한 문제", "김 전 대표는 혁신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선거 승리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김 전 대표 영입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김 전 대표 영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거의 반반으로 갈리자, 황 대표가 '심사숙고해서 최종 결론 내겠다'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통합당 지도부는 한때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선대위원장 후보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이를 위해 이달 초 이 전 총리를 만났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선대위원장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정병국, 박형준 전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공천관리위원 등이 황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