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항구다. 컨테이너 환적 화물 처리량 세계 2위, 항만 연결성 지수(PLSCI) 세계 3위,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5위…. 부산항 앞에 붙는 수식어는 ‘글로벌’하다. ‘국내 최대 항만’이란 말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그 중심에 ‘부산항만공사(BPA)’가 있다. 2004년 국내 최초 항만공사로 출범한 BPA는 창립 16년 만에 부산항을 세계 2위 환적 중심항으로 키워냈다. 요즘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스마트 해운·항만·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단군 이래 최대의 항만 재개발 프로젝트라는 ‘북항 재개발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개항 이후 또 다른 100년을 위한 야심찬 도전에 나서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창립 16년 만에 세계2위 환적 항만으로 거듭난 부산항의 관문이자 북항재개발지역 핵심시설 중 하나인 국제여객터미널의 전경.

◇부산항, 세계 2위 환적 항만으로 우뚝

BPA 설립 이래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 항만으로 우뚝 섰다. 부산항의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BPA가 출범한 지난 2004년 1041만개(6m 길이 컨테이너 기준)에서 2019년 2195만개로 2.1배 늘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 등 불안정한 대외 여건에도 '메가 허브 포트'로서 위상을 지켰다. 세계 5위다.

다른 나라에서 부산항을 거쳐 일본·중국·미국 등 제3국으로 향하는 환적화물도 2004년 425만개에서 지난해 1162만개로 2.7배 뛰었다.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환적화물을 처리해 벌어들인 돈도 2004년 5015억원에서 지난해 1조 7430억원으로 2.5배나 늘었다.

UN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지난해 8월 발표한'2019항만 연결성 지수(PLSCI)'에서 부산항은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항만 연결성이 좋다는 얘기는 그만큼 물류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다는 뜻이다. 2018년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BPA는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04년 임직원 106명, 자산 3조4556억원, 예산 1434억원으로 출발해 올해 1월 기준 임직원 255명, 자산 5조 9325억원, 예산 1조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예산 규모로는 7배 이상 성장했다.

BPA의 지난 16년은 세계를 향한 한국 항만의 눈부신 도전과 성취의 역사다. 1990년대 국내 항만은 화물을 싣고 내리는 단순 하역기능만 하는 곳이었다. 때문에 부산항 역시 2004년만해도 부두 뒤에 배후물류단지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BPA 출범 이후 차츰 늘기 시작, 지난해 419만㎡의 배후물류단지를 갖췄다. 이 단지 안에 67개 입주업체(근로자 수 2759명)가 지난해 4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5만t급 이상 대형선 입항수도 2004년 1691척에서 지난해 4467척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크루즈 산업 역시 2004년 18회 입항, 이용객 6400여명에서 지난해 108회 입항, 이용객 18만9000여명으로 30배가 껑충 뛰었다. 일본과 대만의 항만·선사, 부산관광공사, 지자체와 협력해 다양한 크루즈 상품을 개발하고 해외 크루즈선을 유치해 국내 대표 크루즈항으로 도약했다.

◇앞으로 100년 위한 스마트 해운·항만·물류시스템 구축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부산항 역시 기회와 위협의 갈림길에 서 있다. BPA는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첨단 ICT 기술을 항만 물류에 도입해 '스마트 항구', '스마트 물류'에 힘을 쏟고 있다. 2016년부터 해운항만물류 데이터베이스와 분석시스템을 구축, 물동량과 터미널 생산성을 빅데이터화했다. IoT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관련 센서 기술을 개발중이다.

AI기술에 기반한 터미널 운영시스템과 자동화 시뮬레이션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터미널간 컨테이너 이적 정보를 트럭기사에 알려줘 반출입 대기시간을 줄이는 IT기술도 항만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블록체인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된 부산의 해운물류 분야 사업 추진에 BPA가 한 축을 맡고 있다.

올해는 부산항 물동량을 전년 대비 3.2% 상승한 2260만개를 목표량으로 잡고 정부의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연계한 글로벌 해외물류거점을 다변화해 가시적 성과를 낼 계획이다. 북항 재개발의 경우 2022년 기반시설 완공을 목표로 북항 일원 2단계 재개발에 들어간다. 용호부두, 우암부두, 다대부두 등 쓰지 않는 노후부두는 해양문화, 산업기반 시설로 조성한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도 다해

BPA는 '사람 중심, 안전 중심 항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항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9곳과 인권보호 협약을 맺고 운영사 직원 인권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작년 북항재개발지에 지역민을 위한 수영장, 야영장, 족욕장을 운영해 국제항만협회로부터 지역사회공헌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남기찬 사장은 "부산항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스마트항만, 사람이 먼저인 상생의 공간으로 만드는데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