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인 ‘앙숙’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대책을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책 중 하나로 올해 말까지 급여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오바마 정부 시절 급여세 인하를 지지할 때와 말이 다르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갑자기 급여세 면제를 싫어하게 된 것 같다"며 "오바마 정부 때 펠로시 하원의장이 급여세 면제가 근로자들에게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한 것과 다르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장은 중요한 사안마다 첨예한 대립을 이어왔다. 둘의 앙숙 관계는 지난 2월 국정연설 현장에서도 다시금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악수 요청을 외면하며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고, 이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종료 직후 원고를 찢어버리며 맞대응했다.

‌ 낸시 펠로시(뒷줄 오른쪽)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5일도널드 트럼프(앞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연설문을 찢어버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 의회에 코로나19 경제 대책으로 급여세 면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하원 다수당이 민주당인 만큼 관련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급여세 면제는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 의원도 "급여세 감면은 근무 시간이 줄어들거나 유급 병가를 낼 수 없는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고 답했다.

급여세 면제는 오바마 정부 때 언급된 적 있다. 재선을 준비하던 2011년에 오바마 대통령은 "급여세 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급여세를 2% 인하한 적 있다. 당시 많은 민주당원이 급여세 면제를 지지한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하원 의장을 두고 "말을 바꾼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급여세 면제보다 수십억 달러의 민생 패키지 자체 법안을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인까지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우한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자체 법안을 이번 주 내로 낼 예정이라고 12일(현지 시각) CNN, CN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민주당 민생 패키지의 공식 명칭은 ‘가족 우선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법안’으로 유급 병가, 무료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합리적인 코로나19 치료비, 실업 보험,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 법안은 식량 지원에만 10억달러(약 1조2240억원)를 배정했다. 다른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긴급 자금’ 성격으로 낸 법안이기 때문에 통과되는대로 정확한 예산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13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수요일 저녁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해당 내용을 공유했다. CNN은 12일 저녁 펠로시 하원 의장이 13일 표결을 앞두고 "양당이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민주당 입맛에 맞는 것(Democratic goodies)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