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추경 규모가 너무 작다면서 "소극적" "관성적"이라고 비난하고 '경제부총리 해임'을 언급했다고 한다. 추경 규모를 최소 6조원 이상 더 늘려 현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주저하자 '해임' 운운하며 공개 압박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생존 기로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을 국가가 돕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엔 취약 계층 580만명에게 2조6000억원의 현금과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의 소득 보전 대책이 포함돼 있다. 세금을 쓸 땐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무조건 뿌릴 돈부터 늘리라고 한다. 염불 아니라 잿밥(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재정 상황보다 민생 긴급 대처를 우선해야 할 상황은 맞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가는 몇 달 뒤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우리 국민은 생소하기만 한 '적자 국채'를 60조원이나 찍었다. 한국이 빚내서 사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국가부채 비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40%를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올 1월 세수가 1년 전보다 6000억원이나 덜 걷히는 등 세수 부족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요구대로 추경을 증액하려면 적자 국채를 6조원 이상 더 찍어야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재정 여건상 추경 대폭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 살림을 책임진 기재부가 추경 증액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경제 수장이 여당으로부터 '해임' 협박을 받는 나라가 정상인가.

이 정권은 소득 주도 성장, 친노동 일변도, 반기업 정책으로 고용 참사와 경제 침체를 자초했다. 그 실책을 감추려 3년 내내 세금만 뿌려대는 통에 재정이 부실화됐다. 그렇게 재정 여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라는 경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경제와 재정을 어렵게 만든 정권이 이제 경제부총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