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또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을 연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카하시 하루유키 대회 조직위 집행위원은 10일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면서 "올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못한다면 1~2년 연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위원회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올림픽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올림픽이 취소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행위원 25명 중 한 명의 의견이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모리 요시로 대회 조직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자세"라며 "지금 단계에서 방향이나 계획을 바꾸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카하시 위원은 모리 위원장에게 "일반론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중요한 시기에 경솔한 발언을 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전해졌다.

도쿄올림픽 성화 채화 리허설 - 도쿄올림픽 성화 채화식을 하루 앞둔 11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사제 역할을 맡은 여배우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 확산 중인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날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언론 취재도 제한됐다. 12일 채화식 역시 ‘무관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도쿄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열리는 성화 채화식은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간소하게 치러진다. 도쿄 조직위가 성화를 넘겨받는 19일 행사 역시 무관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림픽 예선을 겸한 종목별 국제대회들은 무더기로 취소 혹은 연기되고 있다. '무관중 올림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장관)은 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개최 도시 계약에 따르면 올림픽이 2020년 중 열리지 못할 경우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대회를 중지할 수 있다"면서 "2020년 중이라면 연기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대회 연기는 선수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종전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발언이었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 내부에서 올림픽 개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벌어지는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일본은 올림픽 준비에 이미 수조원을 투입했다. 일본 주요 증권회사 중 하나인 SMBC닛코증권은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못할 경우 국가적 손실이 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인 대회 취소보다는 연기가 낫다.

IOC 역시 올림픽을 취소하면 방송 중계권료 수입이 날아가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최근 "정상적인 대회 개최에 전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IOC도 코로나 감염증이 잦아들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만약 도쿄올림픽이 2년 늦춰질 경우 2022년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2월), 하계올림픽(7월), 카타르 월드컵 축구(11월)까지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줄지어 열리게 된다. 근대 올림픽이 취소된 경우는 1·2차 세계대전 기간(1916년·1940년·1944년)뿐이다. 다만 개최 연도가 조정된 적은 있다. 1924년부터 1992년까지는 동·하계 올림픽이 같은 해에 열렸는데, IOC가 양대 올림픽을 원활하게 준비하려고 1994년에 동계올림픽(릴레함메르)을 개최했다. 이후 동·하계 올림픽은 2년마다 번갈아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