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대변이 화장실 바닥에 흘렀으니 즉시 출동 바랍니다."

지난 8일 밤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시설팀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코로나) 환자가 화장실에 들렀는데, 거동이 불편한 나머지 바닥에 변이 흘렀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곧장 화장실 출입을 통제했다. 바이러스는 확진자 변에도 남아, 방치할 경우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병원 밖 폐기물 처리장에서 대기하던 청소 담당 직원 두 명이 레벨D 방호복으로 5분 만에 갈아입고, 화장실로 잰걸음했다. 바닥을 닦고, 그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의료 폐기물 봉투에 밀봉하고, 소독약을 뿌린 뒤에야 상황이 종료됐다. 도영한 청소부 소장은 "이 같은 일이 하루 수차례씩 일어난다"며 "우스갯소리로 우리를 '잡무(雜務) 5분 대기조'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우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獻身)에는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음지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선(戰線)에 참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경증 환자들이 있는 일반 병실, 중증 환자가 있는 음압 병실을 청소하고 그들이 입었던 옷을 세탁하며,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는 직원들도 방호복을 입고 우한 코로나에 맞서고 있다. 대구동산병원에서는 시설팀 소속 직원 70여 명이 이 일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청소 담당 직원들이 의료 폐기물이 담긴 통을 밖으로 나르고 있다. 우한 코로나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이 병원 격리 병동에서는 전 직원이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11일 오후 2시쯤 환자들이 격리된 외래 병동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직원 유재영(55)씨 등 2명이 하얀색 플라스틱 통 200여개를 건물 밖으로 쉴 새 없이 나르고 있었다. 이 통에는 병동에서 나온 각종 쓰레기가 담겨 있다. 환자들이 맞은 주사기나 피 묻은 거즈, 음식 쓰레기, 사용한 휴지 등이다.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확률이 높은 고위험 감염원으로 취급돼 1차로 의료 폐기물 봉투에 담아 소독한 후, 다시 '격리 의료 폐기물'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통에 밀봉한다. 유씨는 "통이 부족해 손으로 폐기물을 꽉꽉 눌러 담다가 주삿바늘에 라텍스 장갑과 목장갑을 이중으로 낀 손가락을 찔린 적도 있었다"며 "즉각 의료진에게 가서 소독했는데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병원 세탁실에서는 직원 3명이 환자들이 쓸 의류와 침구류를 분류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이 방호복을 입고 병실을 돌며 환자들이 쓰고 난 의류와 침구류를 거둬 소각장으로 보낸다.

시설팀에서 가장 환자들과 접촉이 많은 이들은 청소를 담당하는 용역 직원들이다. 이들은 방호복을 입고 음압 병실까지 들어가서 쓰레기를 모으고 곳곳을 쓸고 닦고 소독한다. 하루를 3타임으로 나눠 8시간씩 근무하지만, 환자가 새로 들어오거나 확진자 병상이 추가될 때면 16시간씩 근무할 때도 있다. 동산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되기 전보다 업무량은 4~5배 늘었다고 한다.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병원 의료진과 환자, 직원 대부분이 병원 내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 음식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먹고 남긴 음식 쓰레기는 '위험 감염원'이다. 이전에는 하루에 3.5㎏짜리 의료 폐기물 통 100개 정도만 처리하면 됐는데 지금은 500통으로 늘었다고 한다.

청소 용역 직원은 나이가 55~65세인 고령 직원이 대부분이다. 갑자기 늘어난 격무에 그만두고 나가는 이들도 있다. "자녀들이 '왜 최저임금 받으며 목숨 거느냐'고 가지 말라더라" "지병이 있어 전염되면 큰일"이라며 5명이 퇴직했다. 물론 남은 45명의 일거리는 더 늘었다. 청소 직원 강신태(64)씨는 "너무 힘이 들지만 '좋은 일 하고 있으니 신께서도 지켜주시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그는 병원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날이면 혹시나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걱정돼 모텔에서 숙박한다고 했다. 이재홍 대구동산병원 시설팀장은 "우리는 병원 소속 직원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용역 직원임에도 끝까지 견뎌주시는 분들이 대단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에는 시설 관리 직원들이 음지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자원봉사자 12명도 있었다. 과거 특전사 복무 시 응급구조사도 겸했던 이도현(26)씨는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을 돕고 있다. 이씨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찾아왔다"며 "현역 군인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 우리의 의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구 특별취재팀〉

팀장=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박원수·최재훈·오종찬·권광순·표태준·류재민·이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