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확진자가 갑자기 300명대로 늘어난 건 이제 와서 발생해서가 아니라 이제야 발견한 것입니다.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확진자들이 도처에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욱(58·사진) 고려대 예방의학 교수는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대규모 발생하면서 지난 1일만 해도 172명이었던 수도권 확진자는 열흘 만인 이날 368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그는 "그동안 신천지 교회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하니 거기에 집중하다가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의 전국적 확산을 놓치고 있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 당국의 국내 우한 코로나 초기 대응이 탐지 편향(detection bias)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탐지 편향은 기억력이 떨어진 사람이 원인을 다른 데서 찾지 않고 마침 당시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서 찾는 오류를 범하듯, 감염자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감염자가 없다고 착각하는 것을 뜻한다. 최재욱 교수는 "수도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중국인 등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라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는데도 해외 유입자, 신천지, 대구·경북에 치우친 조사에 나서다 가장 위험한 뇌관을 방어하는 데 실기한 듯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화를 불렀다며 특단의 대책도 요구했다. 최 교수는 "국내 감염 초기부터 전국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며 "지금은 이 방식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늦었고, 당장 수도권 지역의 모든 선별진료소를 가동해 사소한 의심 증상이라도 보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최소 2주간 집중 검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확진자가 나오면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접촉자를 찾아내는 기존 시스템은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보건 당국이 인정해야 한다"며 "중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데, 경증 환자는 조기 발견해 격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