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병원 4곳 아직도 응급실 등 일부 중단
의료계 일각 메르스때 만든 의료기관 폐쇄기준 완화 목소리 나와

경기도 고양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이 지난 10일 응급실을 폐쇄하는 등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진자 발생으로 일부 업무를 중단하거나 폐쇄 조치를 취한 수도권 병원이 이미 9곳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서울백병원 분당제생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4곳은 아직도 진료 업무를 완전 정상화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서울 구로구 콜센터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수도권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폐렴 증세로 경기도 고양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을 찾았다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5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자 일산백병원 응급실이 지난 10일 폐쇄됐다. 일산백병원 측은 아직까지 응급실 운영 재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된 환자로 인해 병동이 통제된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9일 병원 관계자가 내원객들에게 출입통제를 알리고 있다.

앞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 중인 경기도 성남시의 분당서울대병원도 통증센터 안내직 직원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지난 9일 오전 9시부터 통증센터를 폐쇄하고 이 센터의 외래진료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통증센터에는 의료진 등 10명 안팎이 근무했으며 이들 모두 격리됐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역시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주소지를 서울이라고 밝힌 한 78세 여성의 확진 판정으로 8일부터 외래 및 응급실, 병동 일부를 폐쇄했다. 그와 접촉한 의료진과 종사자는 병원 또는 재택에 격리됐고 다른 입원환자의 이동도 중단됐다.

13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분당제생병원 역시 지난 6일 오전 0시 30분부터 외래진료 및 응급실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아직 재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정확한 운영 일정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진료 중단 기간에 입원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입원실을 재배치한 후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잇따른 폐쇄 조치에 의료계에서는 병원 폐쇄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방역 당국의 현행 지침에 따르면,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면 최소 2주에서 최대 20일 넘게 병원이 장기 폐쇄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기준에 따른 것인데, 치사율이 메르스보다 낮은 코로나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병원 내 감염으로 지난달 22일 폐쇄된 서울 은평성모병원은 폐쇄 17일이 지난 9일에야 진료 재개가 허용됐다.

대한의사협회는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은 일정 수준 이상 소독 후에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임시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자 발생만으로 의료기관을 폐쇄한다면 다수 의료기관이 문을 닫아야 할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독 등 조치 후에는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의협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확진자에게 노출된) 공간과 사람에 대한 범위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병원이 폐쇄된 것은 부적절하다"며 "상급종합병원 폐쇄 및 진료 재개 관리 주체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센터발 수도권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지금의 병원 폐쇄 기준 하에서는 의료 공백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확진자 수용 시설도 포화상태에 육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 가동률은 서울 96.8%, 인천 87.5%, 경기 80.8%에 달했다. 대구 경북 등지에서 발생한 확진자를 받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