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화자찬을 늘어 놓은 다음 날인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하루 동안 85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증가 폭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가자 코로나 공치사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언급이 나온 바로 그날 서울에 있는 한 콜센터에서 대량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대구 외 지역으로선 가장 큰 사태로 번질까 우려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대통령이나 정부가 국민 신뢰를 쌓을 수가 없다.

지난 1월 말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문 정부 관계자들이 코로나 확산이 진정됐다는 식으로 성급한 진단을 꺼내 놓은 게 한두 차례가 아니다. 2월 초 하루 이틀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여당 원내대표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는데 바로 그날 다섯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월 13일 문 대통령이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한 사흘 뒤에 문제의 신천지 예배가 있었다. 2월 1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됐는데 그동안 우리 정부가 정말 대응을 잘해 왔다"고 했고 출입국 관리 담당인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제사회도 한국의 감염병 확산 차단을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날 2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량 확산의 둑이 터졌다.

우한 코로나는 무증상 상태에서도 감염이 이뤄지는 데다 잠복 기간이 최대 30일에 이를 정도로 방역 예측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하루 이틀 확진자 발견 추세가 누그러지고 있는 시점에 새로운 집단 감염이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에 중국에서 코로나 고위험군이 매일 만 명 넘게 입국했고, 누적 인원 수십만 명이 국내를 휩쓸고 다닌 여파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대구 신천지 집회 참가자에 대한 코로나 검진이 일단락되면서 수백 명 단위의 신규 확진자 숫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제오늘 새 수도권 콜센터 집단 감염 사례가 발견되는 것이 그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코로나 사태도 언젠가는 끝난다. 정부가 자랑할 것이 있다면 그때 해도 결코 늦지 않는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일선에 투입된 방역 인력들은 탈진 상태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과 방역 지휘부가 섣부른 낙관론을 펴면 방역 전선의 긴장감은 쉽게 허물어지게 된다. 일반 국민이 경계심을 풀려고 해도 정부는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고삐를 죄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대통령과 정부는 틈만 나면 자랑을 하고 그때마다 국민은 '또 무슨 동티가 나나' 걱정하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