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시장서 현금 대신 '마스크 거래' 성행
계란·장난감·옷까지… "현금 대신 마스크로"
중고 명품가방, KF94 50장과 거래되기도
"코로나 시대 기축통화는 마스크" 촌극

"책가방은 마스크 30장, 아동복은 마스크 3장과 교환 가능합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민희(32)씨는 지난 6일 온라인 맘카페에서 KF94 마스크 5장을 주고 유아용 의류를 샀다. 작년 중순 미세먼지가 심할 때 잔뜩 사둔 마스크를 화폐처럼 사용하고 있다. 유아용품뿐 아니라 식품, 생필품으로 바꾸기도 한다. 김씨는 "마스크가 현금처럼 사용될 줄은 몰랐다"며 "현금보다 마스크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조선DB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마스크가 화폐처럼 사용되는 촌극(寸劇)이 발생하고 있다.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보다 오히려 마스크가 환영받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기축통화는 마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울산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마스크와 계란을 교환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좋은 마스크를 쓰셔야 할 것 같아 집에서 항생제 없이 키운 계란이라도 판매한다"며 "4알에 KF94마스크 1장"이라고 썼다. "할머니께 드린다니 도와주고 싶다. 마스크 3장에 12알 가능하냐" "거래를 원하니 연락달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주부에게 인기있는 한 중고거래 앱(APP)에서는 장난감, 아동복, 생활용품 등을 마스크와 교환하고 싶다는 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3000원짜리 아이 장난감은 KF필터를 장착한 마스크 2장, 중고 명품 가방은 마스크 50장에 거래되고 있었다.

마스크는 KF필터가 장착되고, 사이즈가 클수록 더 값을 쳐준다. 대형 사이즈 KF94 마스크는 장당 2000~2500원 수준으로 거래 중이다. 중형은 1800원, 소형은 1500원 선이다. 필터가 없는 일회용 마스크는 대형 KF94마스크의 10분의 1수준인 200원 정도로 취급되고 있었다.

"현금 대신 마스크만 받는다"는 판매자도 있다. 지난 8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판매자가 물건값을 적는 공간에 마스크 개수를 썼다. 판매자는 "KF94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남성 운동복을 판매하겠다"며 "우리 동네에서는 돈 주고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 차라리 내가 갖고 있는 운동복과 마스크를 교환하고 싶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마스크 수급 조절에 실패해 마스크의 화폐화를 부추겼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준(準)재난 상황에선 정부가 공급량과 유통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수급 조절에 실패하다 보니 불안해진 시민들이 마스크를 화폐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