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면서 이들과 접촉한 자가 격리자도 급증하고 있다. 2월 말 2만명이던 것이 3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최소 10만명 이상이 세상과 격리된 셈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병상 부족으로 자가 대기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확진자들도 3000명이 넘는다. 여기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가 22일까지 문을 닫게 돼 자녀들과 집에서 지내는 가구도 500만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모임 등 사회적 활동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집에 갇혀서 지내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을 겪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블루(blue·우울감)'를 앓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내는 무섭고…”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대형쇼핑몰은 우한 코로나의 여파로 인적이 드문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인파가 모인 서울 한강변 등과 달리 백화점과 마트는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위기 극복 위한 공동체 면역력 늘려야

대구·경북 지역이 아니더라도 고령층과 아이들, 아이들을 돌보는 주부 등은 "코로나가 겁이 나서 이번 주에 신발 신고 밖에 나간 적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불안, 공포, 짜증 등 심리적 충격을 겪을 수 있다. 바이러스 방역과 함께 우울감을 줄이고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심리적인 방역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모임인 신경정신의학회는 '마음 건강 지침'을 제시한다. 우선 감염병 뉴스를 너무 많이 접하지 말고, 신뢰감 있는 매체에서 나오는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어야 한다. 불확실함을 받아들이고, 혐오 감정을 갖지 않는 게 좋다. 유치원이나 학교를 안 가게 된 아이들에게는 불안감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야외는 괜찮겠지” - 8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에 봄나들이에 나선 인파가 모였다. 실외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위협이 비교적 낮아지는 걸 의식한 듯 이날 한강변에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집에 오랜 시간 있다 보면 신체 리듬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쪽으로 변하면서 식욕이 증가해 체중은 늘어나게 된다"며 "몸이 무거워지면서 기분도 가라앉아 우울증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답답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책 등으로 몸을 움직여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격리와 재택 생활이 우울·불안 불러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감염 환자는 186명이었지만, 밀접 격리된 자는 1만5000명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등이 이들 중 1692명의 심리 상태를 조사한 결과, 환자가 아닌 격리자의 경우도 16%가 분노감, 7.6%가 불안증을 겪었다. 이들의 절반 정도는 격리 해제 후 4개월이 지난 뒤에도 불안 상태가 지속됐다. 우울감은 의료진에게도 나타난다. 사스가 한창이던 2015년 싱가포르에서 의료진의 21%가 심한 불안·좌절 등 심리장애를 겪었다.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인 박용천 한양대 의대 교수는 "격리되거나 장기간 재택 생활을 하는 경우 잠재된 우울증과 불안증 요소가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종우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경희대 의대 교수)은 "가족과 친구, 동료 등과 끈끈한 소통을 하고, 서로를 응원하여 공동체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며 "가족끼리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자동차로 야외에 나가 '심리 환기' 활동을 자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