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점주 사이에는 암묵적 약속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가 '알바'의 공짜 한 끼를 책임지는 것. 점주의 '생색'과 알바의 '헝그리정신'이 만난 지점이다. 몸에 해롭지는 않을까.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못 먹을 음식은 아니다. 식품의 상태에 따라 먹어도 괜찮은 '소비 기한'이 남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저녁 ‘라스트오더’ 앱으로 구매한 카레밥. 정가는 8500원이지만 44% 마감 할인을 받아 4760원에 결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암묵적 신사협정이 깨질지도 모른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편의점과 식당의 음식을 대폭 할인해 파는 앱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미로'가 개발한 마감 할인 판매 앱 '라스트 오더'. 월 이용자 수는 40만명, 세븐일레븐 등 전국 가맹점은 1만5000여개다.

유통기한이 7시간 남은 편의점 도시락이 '라스트 오더' 앱에 보였다. 스팸구이와 치킨이 들어간 한 끼가 50% 할인해 21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일반 식당 메뉴도 적지 않다. 30% 할인하는 뼈 있는 치킨, 51% 싸게 파는 딤섬, 정가보다 44% 저렴한 닭곰탕…. 많게는 70%까지 깎아준다. 그중 8500원짜리 카레밥을 골랐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품. 결제 금액은 마감 할인에 쿠폰까지 더해 44% 할인된 4760원. 오후 6시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의 해당 카레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커피 값보다 저렴한 음식이라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남은 음식이라고 밥이 딱딱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한술 떴다. 멀쩡했다. 혹시 불친절하지는 않을까. 식당 후기에 적혀 있던 것처럼 친절했다.

'라스트 오더'에서 남은 음식만 판매되는 건 아니다. 손님들에게 가게 이름을 알리는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서울 도봉구에서 '황금 족발'을 운영하는 윤상용씨는 "마감 시간이 아니라 개장 시간부터 싸게 판다. 전단을 돌리는 홍보 비용만큼 손님에게 할인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마감 할인 판매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음식을 구할 수 있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윈윈(win-win) 하는 거래다. 남은 음식의 신선도에 대한 신뢰가 이 거래를 오래갈 수 있게 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