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제생병원서 확진자 9명 발생…병원 폐쇄
기존 확진자 2월 25일부터 나흘간 입원…'집단 감염 비상'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5명 확진...감염 사실 모르고 접촉 가능성
병원 측 "환자·의사, 코로나 검사결과 기다려"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발생해 6일 병원 전면 폐쇄에 들어갔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분당제생병원은 576병상 규모로 하루 5000여 명이 찾는 대형 종합병원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성남시의 4번째 확진자 A(남·76)씨가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나흘 간 이 병원에서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돼, 당시부터 병원 내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제생병원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 △입원 환자 3명 △환자 가족 1명 등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분당제생병원은 이날 오전 0시 30분부터 외래 진료와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병원 측은 이날 "우한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감염관리 방역을 위해 외래 진료 및 응급센터 진료를 중단하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병원 시설에서 대규모로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은 경기도에서는 처음"이라며 "경각심을 더욱 높이고 최선을 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의료진과 환자 등 9명이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진료가 중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6일 오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입원하고 수시로 병원 찾던 4번 환자 '감염'...9명 확진
분당제생병원 측은 일단 지난 3일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폐렴 증상을 보인 성남 4번째 확진자 A씨와 지난 1일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가 폐렴 증상을 보인 77세 여성 확진자 B씨를 통해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병원 측은 암환자인 B씨가 5일 양성 판정이 나오자 B씨와 접촉자를 파악해 의료진과 입원 환자 7명의 감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B씨는 성남 4번째 확진자 A씨와 함께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주로 입원하는 본관 8층 81동에 함께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와 조무사도 이곳에서 일했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야탑동에 사는 A씨가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 남성의 가족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B씨의 가족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진행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전파자인지 여부를 단정할 순 없지만, 가족의 검사결과 데이터를 본 뒤,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에 따르면 암환자인 A씨는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분당제생병원에 입원했다가 29일엔 자택에서 지냈다. 하지만 다음날인 3월 1일 항암치료에 따른 무기력 증세를 보여 택시를 타고 분당제생병원을 방문한 뒤 귀가했다.
A씨는 다시 지난 3일 오후 6시쯤 호흡곤란 증세로 이 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폐렴 소견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 음압병상으로 격리 조치돼 검체 채취를 받았다. 이튿날 오후 4시쯤 1차 양성판정이 나왔고, 지난 5일 0시 16분쯤 확진자로 최종 판정을 받아 부천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성남시는 성남 4번째 환자가 발생한 뒤 심층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원내 감염’이 의심돼 전날 이 병원 직원과 의료진, 환자 171명에 대해 검체 채취를 진행했다.

9명의 분당제생병원 관련 확진자 중 성남시 거주자는 성남 4번째 확진자를 포함해 총 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원구 금광동 거주 45세 여성과 이매동 거주 57세 여성은 전날 오후 10시 14분쯤, 서현동 거주 31세 여성은 이날 새벽 0시 9분에 각각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가 확진된 3명의 성남시 거주자들은 모두 이 병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로, 발열과 근육통 등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이어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사는 82세 환자의 배우자 1명도 이날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의 모습.

◇ 분당제생병원, 집단 감염 우려도…"환자·의사, 검사결과 기다려"
우한 코로나의 2주 잠복기를 고려하면 A씨가 지난달 하순 입원했을 당시부터 이미 우한 코로나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시부터 병원 내 감염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A씨로부터 감염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도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상당 기간 환자나 의료진과 밀접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병원 측은 "병동 환자와 밀접접촉한 의료진을 비롯해 모든 환자의 검체를 채취했고, 현재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에 입원해있던 다른 환자들에 대해서는 입원실을 재배치한 뒤 방역 조치할 방침이다.

병원을 비롯한 집단시설에서 대규모로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은 경기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처럼 병원 내에서 집단 감염이 진행됐을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서울삼성병원에선 14번째 메르스 확진자가 이 병원에 있던 85명을 감염시켜 ‘수퍼 전파지’가 됐다. 폐쇄된 병실 내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에게 전파가 이뤄진 것이다.

분당제생병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우한 코로나 환자로 의심되는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접수·진료·검사·수납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이곳에 마련돼 있다.

분당제생병원의 추가 확진이 확인되면서 성남시 거주 확진자는 총 7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