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에서 출발한 KTX 251열차가 동대구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총 18량의 객실에서 내린 사람은 본지 취재팀을 제외하고는 4명. 오가는 승객들로 붐볐을 대합실도 적막했다. 운동장 같은 대합실의 의자에는 단 3명이 앉아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누가 봐도 노숙자였다. 역 앞에서 잡은 택시 기사 김경제씨는 "2시간을 넘게 기다려 처음 태운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 확진자 최다(最多) 도시 대구로 들어서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대구의 우한 코로나 환자는 4326명. 전국 환자(5766명)의 75%가 대구에 몰려 있다.

최근에는 매일 400~700명씩 환자가 늘어난다. 차도에는 그나마 차량이 한산하게 오갔으나 인도(人道)엔 사람이 없었다. 수㎞에 한둘씩 보이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도시는 적막했다.

5일 오후 7시쯤 마스크를 쓰고 걷던 한 노인이 대구 중앙로 인근 국수 전문점 ‘월드국수’ 앞 노상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국숫집 창가에는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자 대구시민’ 팻말이 걸려 있다. 이곳을 비롯해 일대 대부분 상점은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며 저녁 장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 중국 우한에는 1월 23일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무장 경찰과 공안이 기차역과 주요 도로마다 길목을 지키며 우한을 빠져나가는 사람을 막았다. 그러나 그 봉쇄 조치 직전 이미 500만명이 우한을 탈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대구에는 봉쇄 조치가 내려져 있지 않다.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대구를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다르게 움직였다. 작년 3월 1~4일 동대구역 전체 KTX 승차 인원은 5만8192명, 하루 1만4548명꼴이었다. 이것이 올 3월 1~4일엔 5948명, 하루 1487명으로 줄었다.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2월 29일은 대구의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741명으로 하루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다. 확진자가 폭증하며 마치 우한의 초기와 같은 양상을 보일 때 대구 시민들은 탈출 대신 대구를 벗어나지 않는 '자발적 봉쇄'를 선택했다. 자기희생적인 선택으로 공동체를 보호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대구의 부모들은 외지로 나간 자녀들의 "빨리 빠져나오이소"라는 독촉에도 오히려 "대구에는 얼씬도 하지 마래이. 나도 안간데이"라며 지역 간 격리에 솔선하고 있다. 수성구 시지동에 사는 윤명숙(70)씨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강원도 원주에 사는 큰딸(41)과 울산의 작은딸(39)이 몇 차례나 자기들 집으로 오라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더구나 지난 1일은 윤씨의 칠순 생일이었다. 큰딸 김모씨는 "어머니가 칠순의 '칠'자도 못 꺼내게 하셨다"며 "대구는 위험하니 찾아가지도 못하게 하고, 당신도 (자녀들 집에) 오질 않으려고 하신다"고 했다. 여당이 '대구 봉쇄' 운운한 것은 대구의 시민 의식 수준 앞에서 무참했다.

〈대구 특별취재팀〉

팀장=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박원수·최재훈 ·오종찬·권광순·표태준·류재민·이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