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걸어온 100년은 활자 매체를 주도하는 신문으로서 아름답고 읽기 쉬운 글자를 만들기 위해 혁신을 거듭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한글 글꼴 창작 지원 사업을 통해 좋은 글자 만들기에 앞장서 온 방일영문화재단(이사장 조연흥)은 이를 기념하는 '조선100년체'를 개발해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이 되는 5일부터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100주년 홈페이지(100.chosun.com)와 방일영문화재단 홈페이지(bangfound.org)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되살아난 1920년대 조선일보 활자

'조선100년체'는 1920년대 조선일보 본문 활자를 국내 대표적 서체 개발 회사인 윤디자인그룹에서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복원한 제목용 서체다. 민족 신문 태동기의 활자를 바탕으로 삼아 우리나라 언론사를 되새긴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쇄물, TV광고, 웹사이트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조선 100년체' 이미지를 띄운 모습. 살짝 울퉁불퉁한 획의 윤곽선에서 옛 신문의 인쇄 질감이 느껴진다. 두 획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세’의 ㅅ이나, 받침 ㄴ의 세로줄기가 비스듬하게 누운 모습이 특징이다.

글자 윤곽선이 매끈하지 않고 살짝 울퉁불퉁하다. 1920년대의 인쇄 질감을 살린 디자인이다. "당시 신문 활자는 내구성이 약해서 쓰다 보면 획이 뭉개졌고, 인쇄 기술도 부족해 페이지마다 획의 농도나 형태가 조금씩 달랐다. (옛 지면에서) 획이 끊어진 곳, 잉크가 뭉친 곳이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보완하면서도 원래 질감은 최대한 유지했다. 이를 통해 100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살리고자 했다."(윤디자인 정유권 책임, 방성재 매니저) 세로쓰기 조판에서 들쭉날쭉했던 글자 높이를 가로쓰기에 맞춰 조정하고, 오른쪽 위로 치켜 올라갔던 가로획의 기울기도 누그러뜨렸다.

초창기 조선일보 활자의 특징적 인상(印象)을 살려 예스러운 느낌을 준다. ㅅ, ㅈ, ㅊ이 ㅓ 계열 모음과 만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삐침(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줄기)에 내림(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줄기)이 이어진 보통의 모양이 아니라 삐침이 두 번 포개진 겹삐침 형태다. ㄴ이 받침으로 쓰일 때 세로줄기가 비스듬하게 내려가는 점도 특징이다.

조선100년체 개발의 바탕이 된 1920년대 조선일보 지면(왼쪽). 이를 바탕으로 조선100년체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 옛 지면 글씨의 윤곽에서 획이 끊어지거나 잉크가 뭉친 곳을 보정했다.

조선일보는 아름다운 글자를 널리 나눈다는 취지에서 '조선100년체'뿐만 아니라 기존에 개발해 사용 중인 조선굵은명조, 조선굵은고딕, 조선로고체, 조선굴림체, 조선신명조, 조선가는고딕, 조선궁서체, 조선견고딕 8종의 서체도 무료로 배포하기로 했다.

◇100년에 걸쳐 본문 활자도 혁신, 또 혁신

조선일보는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신문의 목소리인 본문 서체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인쇄 시설을 갖추지 못했던 창간 직후엔 매일신보의 활자를 빌려서 쓰다가, 1922년 궁체 바탕의 새 활자를 만들면서 서체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글이 탄압받았던 일제강점기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1938년 천재적 활자 조각가 박경서가 만든 '박경서체'는 오늘날의 명조체와 유사한 형태로, 지금까지도 완성도 높은 서체로 손꼽히고 있다.

1960년 11월 15일 조선일보 조간 1면에는 '本報新活字改備(본보신활자개비)'라는 제목의 사고(社告)가 실렸다. 이날 석간부터 활자를 편평체(가로로 납작한 글씨체)로 바꾸고 '종래의 1행 12자 16단이던 것을 1행 13자 17단으로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독자에게 조금의 정보라도 더 전달하는 것이 신문 서체 개발의 중대 과제였음을 엿볼 수 있다. 1999년엔 가로쓰기 전환과 함께 서체 역시 세로로 홀쭉한 글씨체로 바뀌었다.

2010년대 이후에는 현대인의 눈 건강을 고려해 활자 크기를 점차 키웠다. 2012년 10월 기존 9.4포인트에서 9.8포인트로 5%가량 커졌고, 2013년엔 이를 10.2포인트로 키웠다. 2018년 다시 10.8포인트로 커지면서 시원하고 쾌적한 지면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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