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에 "수사 필요하다면 하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관련 "(검찰이) 이학수(전 삼성그룹 부회장)를 수사 중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 장관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게 확정됐다. 그 (뇌물을) 준 삼성그룹 임원이나 총수였던 이건희 회장이 당연히 연루됐다. 이 부분 고발됐거나,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제가 아는 바로는 아마 그 이건희 회장은 병환 중으로 수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수사가 있는지"라고 한 뒤 "아, 이학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차명으로 소유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을 반환받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비용을 삼성으로부터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 당시 자수서를 제출하고, 검찰에 출석해 이 전 대통령의 요청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승인을 거쳐 '뇌물'을 제공했다고 자백했다. 이와 관련한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도 출석했다. 추 장관이 말한 이 전 부회장 수사는 이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또 추 장관은 대한항공 고위임원이 항공기 구입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수사가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채 의원은 질의에서 "최근 프랑스 검찰에서 확보한 내용"이라며 "에어버스가 대한항공 뿐 아니라 세계 유수 기업들에 항공기를 납품할 때 리베이트를 했다는 내용이다. 고위 임원들이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게 최종적으로 누구의 돈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추 장관은 "해외 조사 결과 및 판결문 등을 확인해보고,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 후 수사가 필요하다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장래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법무장관이 나서서 공개하는 것이 현 정부가 검찰개혁 명분으로 추진해 온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작년 말 새 공보규정을 도입하고, 지난달 국회의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전문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명분으로 강조한 바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정 인물이나 기업의 평가·활동에 직접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발언인데, 법무 장관이 먼저 나서 특정 인물을 거론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 피의사실 공표죄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수사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거나 이미 전직 대통령 사건 수사·재판 때 자수서 제출과 법정 증언까지 이뤄진 사안에 대해 추 장관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원 질의에 답변한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리베이트 의혹 관련 "사전에 알지 못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