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이 가라앉질 않자 국민들은 울화병에 걸릴 지경이다. 세계 10위권 산업 대국이고 교육 수준이 이렇게 높은 나라에서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은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마스크 생산 능력이 있다" "내일,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다 빈말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면 현실을 알리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라"고 말이 바뀌었다.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1200만장이다.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만 따져도 이틀에 한 장씩 쓰기에도 부족하다. 불안한 국민들의 가(假)수요까지 겹쳤으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하루 평균 1200만장이던 마스크 생산량이 중국 측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까지 빚어져 지난주에는 하루 100만장 이상씩 생산이 감소했다. 마스크 공급을 단기간에 확 늘릴 수 없다면, 정부가 준(準)전시 체제라는 각오로 효율적 배분에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지 않고 주먹구구로 공공 물량을 풀다가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우리보다 한 달 먼저 마스크 통제에 나섰던 대만은 전국의 약국에서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하고 일주일에 2장씩, 개당 200원에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했다. 약국당 마스크 재고 현황 데이터도 공개한다.

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경북 문경의 한 약사가 지난 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 약사는 "전국의 약국에 구축된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마스크에 접목해 소비자 개인마다 주당 구매 개수를 등록해 다른 약국에서 사재기할 수 없게 하면 불안해할 필요도, 줄 설 필요도 없고 정부에서 충분히 통제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가 이 제안대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시스템을 2~3일 내로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

우한 코로나 사태 예측에서 중소기업 한 곳보다도 못했던 정부는 마스크 문제에서도 지방 약사 한 사람만도 못한 대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얘기하다 눈물을 흘렸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냉철하고 유능한 정부이지 무능한 지휘관의 눈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