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네티즌, SNS서 '우한 코로나' 한국 대응 조롱
"한국이 제 2의 우한" "중국 보고 배워라"
국내 확진자 수, 관심 높아져… 자국 옹호 여론인 듯
전문가 "자국 방역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 탓"

"매번 중국 것을 탐내던 한국이 이제 제2의 우한(武漢)이 됐다(第二个武汉呀! 韩国人经常把中国的东西说成是他们的,现在新冠病毒真的是你们的了. 韩国加油!)"

2일 오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한국의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났다는 기사와 함께 이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중국 저장(浙江)성 크기밖에 안되는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4000명을 넘었다. 사실상 성(省) 한 곳에서 4000명이 감염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매번 중국을 탐내더니 이번 코로나 사태가 다 너희 것이 됐다. 화이팅하길 바란다"고 썼다.

이날 한국에서 4000명이 넘는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선 한국의 코로나 대응 상황을 조롱하는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연일 릴레이 하듯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및 사망자 수 현황을 공유하며 "한국(대구)이 제2의 우한이다" "사이비 종교가 나라를 망쳤다" "사회주의 체제가 역시 강력하다" 등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지는 우한(武漢)이 아니라는 등 자국을 옹호하는 여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한 네티즌이 “한국 코로나 확진자 수가 3150명을 넘었다. 제2의 우한이 될 기세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한이 코로나와 무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 中 네티즌 "코로나 통제 불능 韓…우한에게 배워라"
지난달 29일에는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서자 웨이보에 "한국은 제2의 우한이다"라는 글과 함께 관련 기사나 자료가 잇따라 공유됐다. '脑*****' 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은 "한국 코로나 확진자 수가 3150명이 됐다. 제2의 우한이 될 기세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우한화난시장이 있기라도 하는 거냐. 어쩌면 코로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 방식이 미흡하다면서 중국의 도시 봉쇄 등 강력한 대응 조치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하는 네티즌도 나왔다. 한 네티즌(游***)은 이날 "제2의 후베이성(湖北)인 한국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우한의 숙제노트를 가져가 베끼거나 알아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20****)은 "후베이성 외에 한국만큼 확진자가 나온 성이 있는지 한번 봐라. 사회주의 체제의 위대함이 여기서 증명된다"고 했다.

지난 1일 웨이보에 한 네티즌이 “한국만큼 확진자 수가 나온 성(省)이 후베이 빼고 또 있냐. 이게 바로 사회주의 위대함”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을 부추기는 것은 중국 내 친(親)정권 인사들과 관영 매체다. 이른바 중국의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호칭)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발생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미국이 코로나의 발원지일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네티즌들은 최근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대구 신천지 교회를 두고 ‘#사이비가 나라를 망친다(邪教误国)’ ‘할렐루야(哈利路亚)’ 등 해시태그(검색하기 편하게 하는 '#' 기호)까지 만들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다음주 예배 오면 주님이 고쳐줄 것"이라고 발언한 장면을 캡처해 ‘한국 기독교도 (신천지와 마찬가지로) 사이비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설명을 넣어두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대구시민 인터뷰 장면. ‘대구가 제2의 우한이 될까 두렵다’는 인터뷰 내용에 중국 네티즌들은 “우한에는 중국 인민이 있지만 한국(대구)에는 사이비종교 외에 뭐가 있냐”는 댓글을 남겼다.

◇ 中 네티즌, 자국보다 韓에 더 관심… "反韓 보단 자국 방역에 대한 불안감"
중국 네티즌들은 자국내 상황보다 한국 상황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 회원(拉**)이 "대구가 제2의 우한이 될까 두렵다"고 말한 대구시민의 인터뷰 장면을 올리자, 중국인 네티즌들은 "감히 대구랑 우한을 비교하다니. 한국은 사이비 종교 단체를 빼면 뭐가 있냐" "(한국인들) 다 같이 병에 걸린 것 같다. 나라에서 치료는 해주는지 모르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반한이나 혐한 감정 아닌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인에 대한 통행 제한이 없는 한국에서 확진자 수가 폭발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드 때처럼 반한 감정보다는 여행자나 유학생 등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제 2차 감염이 발생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과 중국 간 정보가 많이 공유돼, 이전처럼 정부가 통제하거나 이른바 ‘물타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더 뚫리면 다 죽을 수도 있다는 심정이기 때문에 한국인이나 외지인들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반 중국 네티즌들을 사이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더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한 피부과 의사는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선진국은 보통 최악의 상황을 먼저 언급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나 경각심을 높인다"며 "설령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한국의 피해 정도는 우한보다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一*******)도 "이번 사태를 대응하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나 시민들의 결집력 등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