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이 가공할 코로나 사태는 생명이 걸린 문제라서 별로 우스개 소재가 되지 않는 듯하다. 드문 우스개로 나온 것이 한 영상 속 예쁜 여자가 남자에게 "그 남자는 집도 차도 있어. 너는?" 하고 물으니까 남자가 "마스크 열 상자"라고 대답하고, 여자의 저항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지난주 수요일에 한 대형 마트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3시간이나 줄 서서 기다려 겨우 산 (또는 매진되어 발길을 돌린) 대구 시민들, 그다음 날 전국 각처 우체국과 농협에서 마스크를 판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달려갔다가 '마스크 없음' 공지를 보고 절망하고 돌아온 우리 이웃들을 생각하면 허황된 우스개만은 아니다.

마스크가 이렇게 귀중품, 생명선이 된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정부가 초장에 마스크를 몇 백만 장 중국에 상납했기 때문이고, 마스크는 아직도 품귀인데 정부는 또 중국에 60억원 상당의 라텍스 장갑, 방호복, 마스크, 보호경, 분무 소독기 등을 보낸다고 한다. 현금 원조도 추가로 몇 백만달러 한다고 하고. 우리는 이제 세계적으로 불가촉천민이 되었고 중국에서는 우리 교민이 자기 집에도 못 들어가게 봉쇄당하는데 우리는 입국하는 중국인 검역을 자발적 통보에 의존해서 1%도 답을 못 받는단다.

문재인 정부의 이 터무니없는 굴욕 외교가 국민이 모르는 중국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부채가 있어서인지 또는 시진핑의 방한이 총선 승리에 필요할 것 같아서인지, 또는 북한에 민간인 관광단을 보내는 데 중국의 협조가 필요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시진핑의 환심을 사려 하는 것은 확실하다.

어떤 유튜버의 질문처럼 우한 사람과 대구 사람이 같이 물에 빠지면 문재인 정권이 누구를 먼저 건질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정권에서 세월호 사고가 났다면 요인들이 모조리 달려가서 구명복을 재빨리 수거해 중국으로 보내지 않았겠는가? 치명적 역병의 확산 같은 국가비상사태는 사람들에게 평소에 내리기 어려웠던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우리 국민은 지난번 대통령 탄핵으로 겪은 엄청난 국력 소모 때문에, 그런 트라우마의 반복을 피하려고 현 정부의 실정을 외면해왔다. 그러나 이제 결단하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나게 되었다. '총보다 강한 실'의 저자는, 이[虱]는 사람의 몸을 뜯어먹는 기생충이지만 맨몸에는 기생할 수 없고 숙주가 옷을 입어야 서식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우리 살 파먹는 기생충을 품어주는 의상이 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