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대구 환자 중 병실 부족으로 병원 밖에 방치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병원 입원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00명, 기약도 없이 집에서 입원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2000명 수준이다.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자가 격리 중에 숨진 환자만 벌써 네 명이다. 의료 시스템 마비 상황이다. 국민 불안 심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병에 걸려도 치료조차 못 받는 상황을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1일 환자를 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 4단계로 나눠 경증 환자는 연수원 같은 생활치료센터에 집단 격리하고 중증 환자 위주로 병실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진작 이렇게 해야 했다. 경증 환자 별도 격리는 환자 가족의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중국 광둥성·쓰촨성의 집단 발병 환자 가운데 78~85%가 집에서 걸렸다는 WHO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정부 발표 바로 다음 날 대구시장이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빠른 시간 내에 3000실 이상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2일 현재 겨우 160실만 확보됐다. 경북 지역으로 넓혀도 700병상밖에 안 된다고 한다. 정부 발표 자체가 빈말이라는 것이다. 병상 부족은 이미 예상됐던 문제인데 그동안 대체 무엇을 한 건가.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 환자가 500명을 넘겼을 때 우한 지역 봉쇄와 함께 조립식 컨테이너로 임시 병원 두 곳을 짓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떤 제한도 두지 말라" "정책 상상력을 발휘하라" "국가 총력 지원 체계" 등 말은 화려하게 했지만 모두 말로 끝났다. 병상 부족 문제뿐 아니라 의료진이 호소하는 마스크·방호복 부족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우한 코로나 환자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또 낙관론을 폈다. 병상, 의료 장비, 의료진 확보 등 핵심 세 가지 모두 부족해 허덕이는 나라의 주무 장관이라면 '희망'은 나중에 말하고 최악을 전제로 대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