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제 2차 세계대전 비밀이 담긴 비오 12세 문서고를 개방했다. 사학계는 이번 문서고 개방으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사 가운데 하나인 2차 대전과 관련한 비오 12세의 역할과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황청은 2일(현지시각)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 재위 기간(1939∼1958) 작성된 각종 기록물을 보관한 문서고를 학자들에게 개방했다. 접근 가능한 문서만 약 200만개에 달한다. 문서고가 공개된 이 날은 비오 12세가 교황으로 즉위한 지 81주년 되는 날이다.

교황 비오 12세의 생전 모습.

그동안 사학계에서는 비오 12세가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의 악몽을 겪은 유대인을 돕는데 무관심했거나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해왔다. 교황청은 비오 12세가 유대인이 행여나 더 큰 곤경에 처할까 두려워 물밑에서 조용히 조력했다는 입장이었다.

역사학자들은 이번 문서고 공개가 2차대전이 종식되고 미소 냉전이 본격화할 당시 교황청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를 확인할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00명이 넘는 학자가 문서고 열람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문서고는 일반인이 아닌, 전문 학자들에게만 개방된다.

교황청은 통상 특정 교황의 재위 마지막 해로부터 70년이 지난 뒤 해당 교황 재위 시절 작성된 문서의 비밀을 해제해왔다. 원래대로라면 비오 12세 때의 문서는 2028년에야 공개된다. 그러나 교황 비오 12세 관련 문서 공개 시점은 관례보다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교황청의 이 같은 조치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단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교황청 사도문서고(옛 비밀문서고)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는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문서 조기 공개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