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들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공보경·이은선 옮김 황금가지|전 2권(1180쪽)|2만6000원

여자만 걸리는 전염병이 있다면 어떨까. 스티븐 킹의 신작에서는 여성들이 한번 잠이 들면 다시 깨어나지 못하는 ‘오로라 병’이 전 세계를 휩쓴다. 잠이 든 여성들은 눈과 코, 귀에서 거미줄처럼 끈적끈적하고 하얀 물질이 나오면서 얼굴이 고치처럼 뒤덮인다. 하지만 함부로 이 물질을 제거할 수 없다. 얼굴을 덮은 물질을 걷어내고 깨우려 하면 여성들은 좀비처럼 변해 가족이든 친구든 주위 사람의 살점을 물어뜯고 공격한다. 오로라 병이 상륙한 미국의 소도시 둘링 카운티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여성들은 잠이 들지 않기 위해 온갖 종류의 각성 물질을 찾는다. 의약품을 찾아 약국과 마트를 습격하고 캔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놓고 격투가 벌어진다. 고치 안에 잠든 여성을 화염방사기로 불태워버리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가짜 뉴스가 떠돌자 잠이 든 여성들을 모아 불에 태우는 자경단까지 활개를 친다. 알지 못하는 병에 대한 불안과 폭력적인 인간 본성에 대한 환멸, 사랑하는 엄마와 아내, 딸이 괴물처럼 변해버렸을 때의 당혹스러움까지 공포의 여러 모습을 쉴 틈 없이 쏟아낸다. 전염병이 가져온 혼란과 여성 캐릭터가 가진 각자의 사연이 겹쳐지면서 소설은 더욱 깊어진다. 아들 오언 킹과 함께 작업했다. “전 세계 여성이 한꺼번에 잠이 들어버리면 어떨까요?”라는 아들의 아이디어가 소설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부자(父子)의 첫 협업은 “공포의 대가 킹과 그의 수제자가 선사하는 공포 블록버스터”(커커스 리뷰)라는 호평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