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가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국내 첫 사례가 나왔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퇴원 후 재확진 사례가 나타나면서, 우리도 중국처럼 '퇴원 후 2주일간 자가 격리 의무화' 같은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내 첫 퇴원 후 재확진 사례 나왔다

경기 시흥시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분당서울대병원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25번 확진자(73)는 퇴원 엿새 만인 28일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중국 광둥성을 다녀온 아들(26번 확진자)·며느리(27번 확진자)와 함께 살았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27일 경미한 증상이 있다며 보건소에 자진 신고를 했고, 28일 오후 확진자로 통보됐다"고 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퇴원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27명이었던 국내 완치자는 26명으로 줄어들었다.

“신천지 다니시죠?”… 전화 전수조사 - 28일 강원 원주시가 직원 200명을 동원해 원주시에 사는 신천지 교인 4963명을 대상으로 전화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28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확진자 2022명 중 840명(41.5%)이 신천지 신도거나 이들과 접촉해 우한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걸렸던 바이러스가 다시 생긴 '재발' 가능성과 퇴원 후 다시 누군가에게 감염됐을 '재감염' 가능성이 모두 있다"며 "재발로 판명 날 경우 현재의 퇴원 환자 관리 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는 사례가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격리 강화 목소리 나오지만 의료시설 부족해 속수무책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고령이다 보니 면역력이 약해서 바이러스가 치료받을 때는 잠잠해졌다가 다시 재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우한처럼 퇴원자에 대해 강제 격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19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선 퇴원 환자가 집에 머물던 10일째인 지난 19일 재확진판정을 받았다. 이후 우한시 보건 당국은 퇴원 환자를 별도의 시설에 14일간 격리하는 방안을 당초 권고 수준에서 강제 사항으로 의무화했다. 중국 광둥성 질병예방공제센터 관계자는 지난 25일 "완치자 대상으로 2주 뒤에 검사를 해봤더니 14%(13명)가 재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이 시기 만났던 104명 중 우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오사카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도 퇴원했다가 27일 다시 감염됐다. 중국 우한 관광객 가이드였던 이 여성은 지난 1일 퇴원했고 6일 최종 바이러스 검사 결과 완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19일 가슴과 목에 통증이 생겼고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확진 사례가 앞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문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병 전문가는 "이번 코로나 감염증은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치료가 제대로 됐다는 걸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입원 치료 기간을 늘리기도 현재 여력상 어려워서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당시에는 80번 확진자가 완치 이후 열흘 만에 재확진 판정을 받고 숨진 사례가 있다.

◇자가 격리 상태에서 또 사망

전날 치료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74세 남성이 사망한 데 이어, 이날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실로 가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받은 뒤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69세 여성이 숨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 여성은 검사 후인 28일 새벽 열이 39.2도까지 올라가는 등 증상이 악화돼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그는 과거 폐렴을 앓은 적이 있었다.

◇감염원 모르는 확진자 1032명

지난달 20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절반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확진자 2022명 가운데 1032명(51%)의 감염원을 아직 추적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감염원이 드러난 경우는 신천지 대구교회(41.5%·840명)와 청도 대남병원(5.8%·117명), 중국 등 해외 유입자와 접촉자(1.6%·33명) 등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7일 "더 이상 중앙에서 역학조사를 모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8일 서울 강남구에서 추가된 확진자 4명 가운데 영상물 제작사 PD로 일하고 있는 35세 남성은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