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武漢)대 친첸훙(秦前紅·56) 교수는 지난 8일 홍콩 언론에 중국 정부의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비판하며 "후야오방(胡耀邦) 당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89년 4월 덩샤오핑 후계자로 꼽혔던 후야오방이 사망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던 학생 시위가 톈안먼 사태로 번졌다는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정부가 언급을 금기시하는 사안이다. 친 교수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은 지난 25일 갑자기 삭제됐다.

허웨이팡(賀衛方·60) 베이징대 교수는 지난 17일 위챗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위챗 계정이 폐쇄됐다. 그는 당시 당국의 검열을 피해 보려고 "부실한 통치, 억압된 언론 자유가 우한 코로나를 악화시켰다"는 문구를 텍스트가 아닌 사진으로 찍어 올렸지만 당국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영국 옵저버는 지난 15일 '분노한 인민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글을 쓴 쉬장룬(許章潤·58) 칭화대 법대 교수 위챗 계정이 삭제됐다고 보도하면서 "연락두절됐다"는 표현을 썼다.

차단벽 너머로… 우한에서 택배 받는 방법 - 2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택배기사(왼쪽)가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된 차단벽 너머로 수취인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우한 코로나가 중국에서 확산되면서 '위챗 삭제형(刑)'을 당하는 지식인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위챗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 수단이 아니다. 위챗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통신(채팅·보이스톡) 수단이자 결제 수단이다. 위챗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1억5000만명(중국 14억 인구의 82%)이 위챗을 쓰고, 이 중 8억명이 위챗의 모바일 결제 기능을 사용한다. 그래서 '위챗 삭제는 사회생활의 사형선고'란 말이 나온다.

위챗 계정 정지 사례도 많다. 주로 온건하게 정부를 비판했거나 간접적으로 정부를 비판한 이들에게 내려지는 형(刑)이다. 후베이성 작가협회 주석을 지낸 소설가 팡팡(65·본명 왕팡)은 지난 8일 위챗 계정을 정지당하자 다른 소셜미디어에만 공개 글을 올리고 있다. 그는 위챗에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다. 아픈 사람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이런 비극 속에서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등의 글을 쓴 뒤 정지당했다.

허웨이팡 베이징대 교수의 정부 비판 글을 공유한 장첸판(張千帆·56) 베이징대 법학 교수의 위챗 계정은 3일간 정지됐다. 장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위챗 계정을 삭제하고, 정지시키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유명인들의 위챗 계정이 폐쇄(封)되자, 다른 계정을 새로 만드는(建) 일이 많아져 '봉건(封建) 시대'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중국 정부가 개인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위챗을 이용해 정부 비판자들의 입을 손쉽게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챗의 모기업 텐센트는 엄연히 민간기업인데도, 중국 정부는 가짜 뉴스 유포 등 범법 행위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압박해 계정 삭제 등 조치를 취하게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 5일 위챗을 비롯해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감독기관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중국 IT 기업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자국 IT기업 서비스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개인 계정 삭제와 같은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챗이 중국 정부의 수족이 됐다는 비난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위챗은 중국 정부를 도와 우한 코로나 대응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현장 건강 상태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 시스템은 사무실·쇼핑몰·지하철 등에서 사람들의 체온 등 건강 상태를 스캔해 진입을 허가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정부에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위챗(微信)

중국인 82%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메신저.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톡과 비슷하지만, 일상에서 쓰는 범위는 훨씬 넓다. 전화 대신 위챗 보이스톡을 쓰고, 자료는 위챗 채팅방에서 주고받는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과 본인 인증도 위챗으로 하기 때문에 신분증 역할을 한다. 대부분 상점이 현금이나 카드보다 위챗페이를 선호해, 결제도 위챗페이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