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확진 1017명… 570명은 병원 치료 못 받아
대구시, 1013병상 확보… 확진자 계속 늘어 태부족
정부 "중증 환자 분류 강화… 고위험 우선 입원 조치"

27일 대구에서 숨진 국내 13번째 우한 코로나 관련 사망자 A(남·74)씨는 확진 판정 후 입원 치료를 기다리기 위해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던 중 증상이 악화해 숨졌다. 이날 오전까지 확진자 1017명이 발생한 대구에서만 A씨처럼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570명으로 절반이 넘어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이날 오전 6시 53분쯤 자택에서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호흡 곤란으로 오전 9시쯤 사망했다. 이송 도중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병원 도착 즉시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지난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A씨는 신천지 교인으로, 신천지 대구교회 전수조사 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23일 검사를 받았다. 이후 지난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그는 지난 22일부터 발열과 기침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장 병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입원 순서부터 기다려야 했다. 고령에 신장 이식 이력과 지병도 있었지만, 우한 코로나 관련 치료를 별도로 받지 못한 채 자택에서 기다렸다.

김강립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빠른 시간 안에 확진을 받은 이후에도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분들의 불안감을 고려할 때 정부 당국의 보다 발 빠른 대응과 협력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아직 우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에 있는 환자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총 570명이다. 밤새 확진자가 대거 늘면서 전날보다 261명이나 늘었다.

대구시는 이날 중 100여 명을 추가로 입원 조치할 예정이지만, 400명 넘는 인원이 입원 대기 상태로 남게 된다. 자택 격리된 이들에겐 보건소 전담 직원들이 하루에 두 번 전화로 증상을 묻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처럼 대구에서 입원 대기 환자가 대거 발생하는 이유는 대구시가 매일 추가 병상을 확보하는 속도보다 확진자 증가세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 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지 9일 만에 전체 확진자 수가 이날 오전 기준 1017명으로 늘었다.

대구시는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 549병상을 확보해, 1~2일 내로 총 1013병상이 운영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확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대구시 입장이다. 중앙재난대책본부와 함께 추가 병상 확보를 협의하며, 국군대구병원에 300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방역 당국은 당장 병상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중증 환자 분류를 보다 체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환자 사례별, 중증도와 고위험 요인을 확인해 우선 입원 조치하거나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에 배정하고자 한다"며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