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5일(현지 시각)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팬데믹(pandemic·세계적 유행병)에 가까워졌으며 미국 내 지역사회 전파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인도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향하고 있다. CDC와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장관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고 오늘 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우한 코로나와 관련해 "이것은 사라질 문제"라며 낙관론을 펴왔다.

미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우한 코로나는 팬데믹의 세 요건 중 '사망 가능한 질병 유발'과 '사람 대 사람 감염' 두 요건에 부합한다"며 "(팬데믹의) 나머지 한 요건인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우한 코로나의 지역사회 전파가 나타날 것이고, 언제 일어나느냐가 문제"라며 "기업과 학교, 병원들이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앤서니 파우치(가운데) 미 국립보건원 전염병연구소장이 2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보건복지부에서 앤 슈캣(왼쪽)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수석부국장,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과 함께 우한 코로나에 대한 미 행정부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우한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미 샌프란시스코시도 이날 우한 코로나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에이자 미 보건복지장관은 상원에 출석해 "미국에서 더 많은 감염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왔다. 마크 립시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염병역학센터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효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전 세계 성인의 40~70%가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국을 '극적인 감염자 증가 사례'로 들었다.

보건 당국과 전문가 경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 중이던 25일 "코로나 사망률은 1~2%"라며 "미국은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문제가) 한국으로, 이탈리아로,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며 "나는 모두와 대화했다. 그들은 열심히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낙관론은 재선을 앞두고 미국인들과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로 주가가 폭락할 경우 경제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려던 자신의 재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CDC가 코로나 우려를 자극해 시장의 공포를 자극했다"며 화를 냈다고 전했다.

CNN은 그러나 25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론 낙관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행정부가 코로나에 대응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가 확산돼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가 더 확산할 경우 트럼프가 추가 국경 봉쇄 등 더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25일 트위터에 우한 코로나 대응 조치와 관련, "세계 일부 지역(중국)에 대해 일찍 국경을 닫았다"며 "당시 민주당이 '너무 이르다'며 반대했지만 옳은 결정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국경 봉쇄를 '치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DC는 전날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중국과 같은 최고 단계인 3단계(경고·불필요한 여행 자제)로 격상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과 한국 외교부는 미측에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은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한국 측에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상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본지에 "한국인의 입국 금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