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감염학회의 권고만 무시한 것이 아니다. 우한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이고,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확대 등의 대책을 의료계에서 다급하게 요청했지만, 정부는 귀를 막았다. 감염병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방역 참사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무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일 "정부의 감염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해 감염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응급의학회 등 범학회 대책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지역사회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아직 지역사회 확산 초기 단계로 대응 태세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주말 새 확진자가 390명 이상 늘어나서야 지난 23일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높였다.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한 마스크 품귀 대책도 사실상 방치했다. 의협은 지난달 30일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책과 함께 마스크를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마스크의 공급량 유지와 가격 안정에 특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한 달 가까이 지난 25일에서야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