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우한 코로나 사태는 "한국인이 중국에 갔다 들어오면서 감염원을 갖고 온 것"이라고 했다. "애초부터 (문제는)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도 했다. 이날 국내 환자가 300명 가까이 폭증하고 사망자는 12명째 발생했다. 감염 진원지인 중국 일부 성(省)은 오히려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이 한국 여행 자제 경보를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무 잘못한 것 없는 국민이 근심, 걱정, 분노, 혼란에 빠져 있다. 그런데 감염병 주무 부처 장관이 그런 국민을 향해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한다. 박 장관은 닷새 전에도 "우리 국민이 감염원"이라고 했다. 바이러스가 한국인 중국인 가려서 침투하나. 이 궤변을 멈추지도 않고 계속하고 있다.

박 장관은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감염원을 차단하라는 의사협회의 7차례 권고를 왜 무시했느냐는 질문에 "훨씬 권위 있는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 차단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감염학회가 "후베이성 입국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 "위험 지역 입국 제한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공개 권고한 게 지난 2일이다. 국내 전문가 단체 중 가장 먼저 울린 경보음이었다. 박 장관은 21일엔 "(환자가) 대부분 경증"이라고도 했다. 제 가족이 감염됐어도 이런 소리를 할 수 있겠나.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국민을 어이없게 했다. "지금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감염 검사 키트를 빠르게 개발해 상대적으로 검사를 신속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감염병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온 나라에 불안감이 엄습해 있는데 자화자찬할 상황인가. 국민들이 한 달여 만에 1200명 넘게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초기에 중국 감염원 차단을 잘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다. 그런 정권에서 '국가 체계가 잘 작동한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나.

청와대는 이날 "곧 종식될 것"이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3일 발언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였다"고 했다.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세계적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갈 것이라고 초기부터 경고해 왔다. 당정에서 우후죽순 쏟아진 궤변은 대부분 대통령의 이 발언 이후 나왔다. 여당에선 "승기를 잡아나가고 있다" "정부 대응이 세계적인 모범 사례" "전 세계가 철통 방어라고 칭찬한다"고 하고, 법무장관은 친정권 방송에 나와 "(중국인 입국 제한을 안 해) 중국 측이 각별히 고마워했다"고 한다. 궤변이 더 계속되면 국민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