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위기가 여름까지 지속하면 충격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보다 클 것이다."(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3월이면 한국 코로나 감염자는 최대 1만명에 달할 것이다."(미국 투자은행 JP모건)

"세계 경제는 이미 팬데믹 상황이다."(미국 CNN)

폐쇄된 성당에서 경비 서는 이탈리아 군인들 - 24일(현지 시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충격으로 폐쇄된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8위인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287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코노미' 충격에 휩싸였다는 암울한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을 넘어 세계 경제 대국으로 확산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두되는 세계 경제 비관론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견했던 비관론자 앤디 셰(Andy Xie)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그동안 전염병 대유행을 통제하려는 인류 노력은 항상 실패했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산 저가 부품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선진국 제조업에 연쇄 타격을 입히면서 세계가 침체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 붕괴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세계 주요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財政)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단기간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중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 제조업 등 실물 경제에 연쇄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앤디 셰의 주장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종식시키지 못하면 이번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닥터 둠(Dr. Doom·비관론자)'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1일(현지 시각) 미국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4%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4%는 1990년대 중국이 시장을 개방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그는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가여서 중국의 교역량 감소, 산업 침체는 전 세계 경제에 곧바로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CNN은 "심각한 팬데믹은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3조~4조달러)의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24일 보고서에서 "JP모건 보험팀의 역학 모델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는 다음 달 20일쯤 정점을 찍고, 감염자는 최대 1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대구 시민 240만명 중 3%가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중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감염이 확산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JP모건은 또 한국은행이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한국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GDP 27% 국가들 감염 심각

경제 비관론자의 전망은 현실화하고 있다. 25일 질병관리본부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중국이 7만7785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국(977명), 일본(861명), 이탈리아(287명) 순이다. 이 4국의 GDP(국내총생산)는 2019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2위이고, 일본(3위)·이탈리아(8위)·한국(12위) 순이다. 4국을 합한 GDP는 22조9126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27%에 육박한다. 세계 1위인 미국에서도 5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충격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앤디 셰는 "중국에서 공장이 재가동되더라도 언제 생산이 중단될지 모르고, 지금도 확진자가 나오면 공장 생산이 곧바로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중국 현지에서는 '푸궁난(復工難·업무 복귀의 어려움)'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공장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은 지난 23일 7000위안(약 121만원)의 '특별 격려금'까지 내걸었지만 정저우 공장의 현장 복귀 직원은 전체의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조공장이 밀집한 장쑤성의 업무 재가동률은 49.7%에 그쳤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코로나 사태가 3월에 피크를 찍고, 6월에 종식될 경우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도 패션·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고 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