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추방에 대한 맞대응으로 자국 내 중국 언론인 추방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미·중 갈등이 언론 분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19일 WSJ가 중국을 비하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며 베이징 주재 WSJ 기자 3명을 추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가 중국의 WSJ 기자 추방과 관련해 대중(對中) 압박의 일환으로 자국 내 중국인 기자들에 대한 추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인 추방 방안은 최근 백악관 고위급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1~2005년 중국에서 WSJ 특파원으로 활동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이 회의를 주도했다. 일부 당국자들은 회의에서 "수십, 수백 명의 미국 내 중국인 기자를 모두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는 500여명의 중국인 기자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너선 울리욧 백악관 NSC 대변인도 지난 20일 중국의 WSJ 기자 추방 조치에 대해 "미국은 이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해 다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서 활동하던 미국 언론인 9명이 중국에서 추방됐거나 비자 갱신이 불허됐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18일 신화통신·CGTN 등 5개의 중국 관영 언론을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하는 규제를 가했다.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된 매체는 미국 내 보유 자산을 미 당국에 등록하고, 새로 자산을 취득할 때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언론사에 소속된 모든 직원의 명단도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언론들의 미국 내 활동이 제약된다. 그러자 중국은 제재 발표 다음 날인 19일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의 WSJ 칼럼을 문제 삼아 베이징 주재 기자들을 추방했다. 칼럼은 3일 자에 게재된 것이고, 기자가 쓴 것이 아닌 교수의 기고문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WSJ 기자 추방이 미국의 중국 관영 언론 규제에 대한 보복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이 중국 언론인을 추방할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미·중 협력 문제 때문에 중국 언론인 추방 등 극단적인 대응 대신 온건한 대응을 주장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