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바레인이 우한 코로나를 이유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등 14국이 한국인에 대한 각종 입국 제한에 나섰다. 국내의 우한 코로나 감염자가 23일 600명을 넘어 수직 상승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리아 포비아'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현 수준으로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외국의 입국 제한 확대로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물론 우리 경제활동 전반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美 입국 현재는 가능… 미래는 불투명

22일 저녁 7시 55분(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공항에 도착한 KE957편은 터미널과 거리가 먼 계류장 끝부분에 착륙해야 했다. 이스라엘 항공 당국은 승객 중 이스라엘 국적자 11명만 입국시킨 후 한국인 130여 명을 포함한 외국인 177명은 아예 내리지도 못하게 했다. 2시간 만인 밤 9시 50분 비행기는 한국인 승객을 그대로 태운 채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왔다.

2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에 있는 모든 한국인 여행객을 속히 내보낼 것을 정부에 명령했다고 이스라엘 방송 채널12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날 한국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한국에 체류 중인 이스라엘인에게도 한국을 떠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의 바레인과 남태평양의 키리바시·사모아도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이유로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스라엘 주민들, 한국인 관광객 200명 임시격리 반대 시위 - 2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남쪽으로 5㎞ 떨어진 하르 길로 지역 주민들의 시위로 불탄 타이어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정부가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국 관광객 200여명을 이 지역 군 시설에 임시 격리하겠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이 한국인 수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은 4단계인 여행 권고 수위를 한국(일본 포함)에 대해 1단계(일반적 사전 주의)에서 2단계(강화된 주의 실시)로 끌어올렸다. 미국이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금지하거나, 한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은 2주 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코로나 감염자가 더 늘어나면, 미국이 중국에 적용했던 입국 제한 조치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의 경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외교부는 한국에서 출발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나 입국 제한을 취하고 있는 나라를 일단 13국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스라엘·바레인·키리바시와 미국령 사모아는 한국에서 출발했거나 최근 14일 내 한국을 들른 외국인에 대해서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영국·브루나이 등 8국은 입국 후 14일간 증상 관찰이나 자가 격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격상한 나라들은 이 통계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기업 비상… 항공편 축소, 행사 취소

'코리아 포비아'는 기업 활동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다음 달 17~19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세계경제단체연맹(Global Business Coalition) 총회'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국가의 참석자들이 코로나 사태가 확산 중인 한국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해 결국 개최가 연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글로벌 항공사들도 한국을 오가는 하늘길을 줄이고 있다. 태국 저비용항공 타이 에어아시아엑스는 다음 달 6일부터 27일까지 한국행 항공편을 줄였다. 베트남항공도 하노이, 냐짱, 다낭 등 한국 사람이 주로 찾는 노선의 대부분 항공편을 3월 한 달간 취소했다. 필리핀 항공은 지난 21일부터 인천~마닐라, 부산~마닐라 노선을 감편했고, 싱가포르 항공도 부산행 항공편 일부와 인천행 항공편 대부분 운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출장을 금지하고 있고, 아태 지역에서 출장자의 경우 일정 기간 자가 격리 후 본사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 대응 조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국계 기업의 한국 법인 대표는 "본사 지침은 각국 정부의 대응 단계에 따라서 맞춰 운영된다"며 "한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한 만큼, 이와 관련해 더 엄격해진 지침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방문이 잦은 국부펀드 KIC(한국투자공사)를 찾아오는 발길도 끊겼다. 통상 해외 투자자들이 한번 출장을 떠나면 홍콩과 중국, 한국, 일본을 한 묶음으로 한 '아시아 투어'를 하는데 한·중·일 3국에서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해 아시아 출장을 전면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