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비상 속에서도 대통령은 할 일을 해야 한다.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의 제작진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적절한 방식과 태도가 있다. 축하 오찬이 있던 날 국내 우한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100명을 넘어섰고 첫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그날 하루만 5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진 대구 경북 지역은 중심가가 텅 비어 중국 우한을 방불케 했다. 국민 사이에서 불안감이 전례 없이 커졌다. 그런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이 파안대소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 퀴즈 맞히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까지 청와대는 상세하게 공개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하겠나.

문 대통령은 그날 저녁 중국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했다. 정상들 간에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대통령이 하는 말도 달라야 한다.

우리 국민이 우한 코로나 감염 피해를 보게 된 직접 원인은 그 발원지인 중국 당국의 초기 방역 실패에 있다. 실패 원인도 발병 신고 의사를 체포하는 등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민이 피해를 보는 둘째 이유는,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중국에서 유입되는 감염원을 차단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처지에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한다면 국민에게 그 말이 어떻게 들리겠나.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처신하고 말하느냐에 따라 국민은 위로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상처받을 수도 있다.